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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Jan 20. 2024

<이성과 감성>

18세기 상류층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이 소설의 서사적 재미는 여전한 인기로 봐서도 보장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인물이 살아있는 것 같은 묘사와 반전이 있는 전개 등은 소설의 교본 같기도 하다. 지금 읽어도 쉽게 빠져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커다란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점들로만 이 소설을 지금 말하기는 좀 진부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우리가 고전에서 기대하는 것은 더 깊은 깨달음이나 좀 더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충족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읽을 만하고 촌스럽지 않다는 것만으로 이 소설을 권하기도 어렵다. 고전에 관한 낭만이 있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말이다. 더 세련되고 재밌고 지금의 현실을 반영해서 공감하기 쉬운 낭만적 서사가 충분히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와 장점은 무엇일까.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교훈과 재미를 얻는 것처럼 이 소설에서는 그런 것을 찾을 수 있는데, 역사를 공부하는 것보다는 천 배나 더 재밌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시사에 대한 관심 이후 그런 태도로 기술한 역사를 읽었을 때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찾을 수 있었지만, 이 소설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소설은 허구이지만, SF가 아닌 이상 작가가 아무리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당대의 생활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류 사회를 알던 제인 오스틴을 통해서 18세기 영국의 상류층이 그 당시에 갖고 있던 고민과 갈등, 사랑 등을 파악해 볼 수 있다. 


   대시우드 가족이 바턴 파크로 이주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영국 상류층의 부의 세습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고, 그들이 살게 되는 바턴 코티지의 묘사를 통해서 당시의 주거 공간과 주변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시우드 자매가 교류하는 사람들인 미들턴 가족, 스틸 자매 등을 통해서 당시 사람들이 유튜브나 넷플릭스 없이 얼마나 주변 사람들과의 교제에 의지하면서 여가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이 소설은 역사보다 더 재밌는 효용을 갖고 있는 당대 풍속사인가, 하고 한정 짓는 것은 오산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면서 당신은 어느 쪽에 가까운 인간인지 생각해 보라고 권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엘리너인지 메리앤인지, 혹은 루시인지, 아니면 레이디 미들턴인지. 누군가는 에드워드일 수도 있고 브랜던 대령일 수도 있고 윌러비일 수도 있다고. 우리와 비슷한 것 같은 인물들을 보면서 우리는 인간의 속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성 혹은 감성 그 어느 한쪽이라고 단언해서 말할 수 없는 우리 인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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