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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Jun 29. 2024

<욕망의 철학, 내 삶을 다시 채우다>

잠깐 멈춰서 지금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주는 책

   욕망이라는 단어는 대체로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데,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성적인 면이 쉽게 연상되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욕심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욕망이라는 단어의 네이버 국어사전의 뜻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이라고 되어 있고, 욕심은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되어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욕망의 뜻은 이 책에서 플라톤이 말하는 욕망에 가깝다. 인간은 결핍된 존재라서 신성과의 결합을 끝없이 추구한다는 그 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부족함을 채우려는 측면에서 보는 욕망의 의미와는 통한다. 


  그런 식의 욕망은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진통을 낳은 것이므로 플라톤은 인간의 본질에 대해 통찰력 있게 보고 있는 셈이다. 끝없이 부족을 느낀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소비사회의 이데올로기는 분수에 넘치게 쓸데없는 것을 탐하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욕망과 욕심이 동일어처럼 보이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사는 시대가 만들어준 환경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지라르가 말하는 욕망의 삼각형은 우리 시대만의 특성은 아니지만, 그런 인간 욕망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서 철저하게 소비자본주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특성이다.        


   결핍의 욕망을 채우는 정도가 아니라, 넘치게 탐하려는 욕심에 가까운 욕망으로 변해버린 시대를 살면서 욕망의 본질에 대해 멈춰서 생각해 보는 것이 조금은 무력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미 너무 많이 과도한 쪽으로 가버려서 지금과 같은 파괴적 삶을 멈추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회의가 들기 때문이다. 생태 위기에 대해 스웨덴의 어린 소녀가 아무리 떠들어대고 있어도 화석연료의 사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고, 아마도 이 뜨거운 여름을 나기 위해서 우리는 좀 더 오래 에어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직접적 위기가 닥칠 때까지는 외면하고 살 것이다. “지연된 만족”을 위해 우리 시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함을 참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저자는 어쩐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젊은 세대가 사회 모델 전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아직은 소수의 노력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오래지 않아 우리의 생활방식과 경제를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고, 양보다 질을 선호하며, 타인과 지구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의 원초적인 욕망을 제한하려는 노력들로 말이죠.”(135)


   희망을 말하고 있는 저자도 그렇지만, 공허함에 사로잡혀서 어쩔 줄 모르는 우리도 이런 책을 읽으면서 좀 더 본질적인 것, 자신의 진정한 욕망에 대해 알고 싶고 찾고 싶은 공통의 욕망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 책을 덮으며 욕망의 방향을 유한한 것에서 무한한 것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문득 책 속에서 밑줄을 친 보들레르의 말이 기억이 난다.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그게 유일한 문제이다. … 취하라, 항상 취하라! 와인, 시 또는 미덕, 무엇이든 원하는 것에.”(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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