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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Aug 27. 2024

<메트로폴리스>

도시의 역사를 통해서 본 우리의 미래

   역사를 하나의 테마로 개괄해서 보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술을 비롯한 음식을 통해서 본 세계사도 그렇고, 전쟁이나 성을 테마로 한 역사를 비롯해서, 『총, 균, 쇠』를 통해서 본 역사도 흥미로웠으며, 청결의 문제를 테마로 해서 사회적 역사적 변천사를 보여준 조르주 비가렐로의 『깨끗함과 더러움』도 재밌는 책이었다. 어떤 테마든 역사적인 흐름 안에서 살펴보면 현재의 틀과 한계를 벗어나서 볼 수 있어서 재미와 의미 두 가지 모두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나 도시를 테마로 역사를 훑어간다면, 세계 역사의 흥망성쇠의 흐름이 더욱 잘 보일 것 같았고 그 이유 또한 잘 보여줄 것 같아서 더욱 흥미로워 보였다. 역사 속 대도시들이 찬란하게 꽃을 피웠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이유를 알고 나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미래를 역사적 근거를 통해서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라서,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좀 더 구체성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작가는 최초의 도시였던 우르크에 대해 다루면서 처음부터 이렇게 독자에게 알려준다. “한때 막강했으나 기후변화와 경제난으로 황폐화된 그 도시들은 오늘날 모든 도시들의 궁극적인 숙명을 끈질기게 일깨우고 있다.”(73) 이후에 이어지는 대도시들의 운명은 역시나 어김없이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흥망성쇠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로마의 공중목욕탕이 가진 공동체적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재미는 색달랐고, 지리적 이점이 분명히 있다고 하더라도 대도시로 성장해 가는 도시들이 많은 부분 우연에 기대어 작동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운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사실이 그렇겠지만, 역사를 보는 관점도 상대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중세는 유럽에게 암흑시대였지만, 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게는 황금시대였다.”(208) 


   무엇보다도 맨체스터와 시카고를 다룬, 「지상에 자리 잡은 지옥」이라는 장을 읽으면서 인류 역사의 변곡점이 어디에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산업혁명 이후의 역사가 인류가 만들어간 발전의 시작점이었는지 디스토피아를 향한 첫걸음이었는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지만, 대격변의 출발점이 지옥이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세계 곳곳에 자리 잡은 대도시들이 향하고 있는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도 대략 알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저자는 대도시 자체의 의미 또한 잘 짚어주고 있는데, 마천루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공간으로서의 매력뿐 아니라 무질서해 보이는 시장과 행상들, 다양한 상점과 문화 공간들이 공존해야만 하는 점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길거리 시장과 행상인이 사라진 도시는 도시적 사교성을 창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 … 우리는 세상사에 참여하려고 시장에 간다. … 자기 집에 머무르면, 시장에 가지 않으면, 어떻게 타인들의 실존에 대해 알 수 있겠는가?”(223) 


   대도시가 아닌 교외가 인간이 거주하는 자연환경만으로는 더욱 좋은 곳일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대도시에 밀집해서 살면서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오히려 기후변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한다. 자동차를 비롯한 연료 사용 효율을 따져봤을 때, 우리는 더 밀집해야 덜 낭비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대도시는 다양한 인간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일정한 사고체계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도시에서 우리는 서로를 세련되게 다듬어주고, 모서리와 거친 명을 일종의 우호적 충돌로 문질러 닦는다.”(335)


   도시에 밀집해서 사는 것은 필연적으로 경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시에 그런 상태에 놓인 인간은 끊임없이 발전과 자기 갱신을 이루어나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피렌체 같은 도시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확실히 사람들의 생명을 단축했지만, 그 뜨거운 경쟁은 창의성을 자극하는 신성한 불꽃이기도 했다.”(274) 인류의 역사는 그 사이에서 끝없이 길항하며 앞으로 나아왔다. 저자는 앞으로 나타날 도시 또한 희망적으로 바라보며 책을 마무리하고 있지만, 도시를 통해 본 인류의 미래는 오히려 낙관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좀 더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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