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길
이 책의 제목에서 받은 인상은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거나 추리 소설 쪽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첫 문장부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00시간 후면 죽음이 찾아올 것이다.”(10)로 시작하는 소설이 범죄 이야기거나 추리 소설일 리가 없었다. 주인공 톈우가 만나는 샤오주라는 소녀의 모양새도 심상치 않았다. 제목과 다른 내용 전개가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이야기의 전개 또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자꾸만 흘러가서 끝까지 신선함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자라온 톈우는 열여섯 살에 짝이 된 안거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안거의 가정환경도 자신 못지않게 불우한 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안거의 어머니는 잘 나가는 조각가이고 아버지는 피아니스트였지만 안거를 정서적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사람들이다. 톈우는 그런 안거를 지켜주겠다고 했지만 안거는 열여덟 살에 돌연 실종되어 버린다.
안거를 찾기 위해 경찰이 된 톈우는 사부인 장부판과 범인들을 쫓으면서 안거를 찾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그러던 중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돌보다가 무톄닝을 만나서 함께 지내게 된다. 어느 날 범죄자 일당들을 쫒다가 장부판은 총에 맞아 죽고 톈우는 물에 던져진다. 톈우는 어떤 오류 때문에 바로 저승 세계에 닿지 못하고 뱃사공 노인의 인도로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가게 된다. 가서 어떤 임무를 완수하라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100시간 동안 인도자인 샤오주와 101층 교회를 찾는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가면 그 상으로 세 가지 시점의 현실 세계 중 하나를 골라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했지만 사후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긴박감이 느껴지기보다는 환상적인 면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서사의 재미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소설이라고도 생각한다. 톈우의 처지와 안거의 상황, 장부판과 함께 하면서 겪는 형사의 생활 등이 모두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졌을 때는 오히려 읽기가 더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현실에 대한 반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서 독자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방식을 쓰지 않는다. 이 책의 작가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사후세계라는 환상성을 끌어들였다고 생각한다.
작가 본인이 하루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역시나 그런 면이 느껴지긴 했지만 하루키와는 다른 명확한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반가웠다. 소설 속에서 안거가 톈우에게 하는 말처럼 이 소설만의 세계에서 우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톈우에게. 난 우리가 둘 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길 바라. 안거.”(127)
이야기의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