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의 재미에 빠져들어 읽는 맹인들의 이야기
특수한 상황이나 환경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혹적인 소재인 것 같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알게 해주는 것도 그렇고, 특별한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새로움을 담보하고 있으니 말이다. 소수자들의 이야기는 그 설정 자체만으로도 낯섦과 재미를 반쯤은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 소설은 마사지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맹인들의 이야기다. 직업도, 타고난 제한도 모두 흥미진진한 소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세계라는 점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사지센터에서 일하는 맹인들의 이야기는 소재만으로도 일단 눈길을 끈다. 등장인물도 다양하기 때문에 인물들끼리 겪는 갈등만 다루더라도 서사의 재미는 확보된 듯하다.
예상했던 대로, 가독성 좋은 단문의 쉬운 문장과 닥터 왕과 샤오쿵의 사랑 이야기는 빠르게 읽힌다. 이어지는 사푸밍의 이야기 역시 재미있다. 맹인이지만 마사지센터의 사장이 될 수 있었던 명석함과 수완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수가 거의 없고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하는 꽃미남 샤오마가 닥터 왕의 애인인 샤오쿵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이야기며,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두훙이 음악으로서 인정을 받는 게 아니라 맹인이라서 동정을 받게 되는 것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고 마사지사가 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쉬타이라이와 샤오메이의 전설적인 사랑 이야기를 듣고 쉬타이라이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진옌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이들의 사랑과 성취 이야기는 그들이 맹인으로서의 한계는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장애는 분명히 한계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한계 안에 갇혀 있지 않은 이 소설의 인물들과 같은 사람에게는 그 제한선을 넘어서서 자신들만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도 알게 해 준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크고 작은 차이를 갖고 있지만 각자의 차이를 차별로 만들지 않는 한,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마사지센터라는 안전한 공간 안에서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들끼리 연대하는 한,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맹인들은 어찌됐든 마사지센터의 주인이었다. 그들은 전문직이었고, 기술이 있었으며, 당연히 보수도 좋았다. 이에 비해 두 눈이 멀쩡한 사람들은 그저 조연급이었다.”(291)
보이지 않는 탓에 타인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절감하면서 때때로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과 “제아무리 예쁘게 꾸며봤자 자신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겉치레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맹인의 결혼식이다.”(41)하고 말하는 한계점은 충분히 와닿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이 감각과 내면에 집중해서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조금 더 언급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생긴다. 말하자면 작가가 맹인의 입장에서 쓰고 있어서 그들의 한계를 잘 이해하게 하는 동시에, 너무 장애인의 위치로 자리매김하는 바람에 그런 시선으로만 바라보게 하는 한계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분량에 비해 읽기가 매우 수월하다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장점인데, 다르게 말하면 서사의 즐거움 외에 현대소설이 주는 까다로운 즐거움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풀어내는 클래식한 리얼리즘 소설의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500쪽에 달하는 소설을 단숨에 읽어냈다는 성취감도 덤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