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화된 시선의 한계를 보여준 소설
1990년 전후로 나온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파워 오브 원>은 모두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당시 두 영화를 보고 나서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게 되었는데, 이전에 보던 서양의 영화들과 다른 매우 새롭고 낯선 문화와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이질적이고 새로운 것을 보고 나면 둘 중 하나의 감정을 갖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면 낯선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아프리카 관련 영화를 보고 난 내 반응은 후자 쪽이었는데, 한동안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매일 들을 정도였다.
이후 오랫동안 잊고 있다가 이 영화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아프리카와 관련된 문화를 접하면서가 아니라, 서구 문명을 비판하는 다양한 연구서와 여행기를 읽으면서였다. 생각해 보니 두 영화를 통해 갖게 된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은 그 영화를 만들었던 서구 자본이 세워둔 기준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찾아보게 된 아프리카 작가들의 소설들에서 보는 아프리카는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의 신비로움이 있는 곳이라기보다는 다른 문명에 의해서 강제로 열어젖혀져서 각종의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겪고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은 서양 제국주의가 갖고 있던 아프리카의 야만성이라는 프레임만큼이나 차별적인 인식이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우리가 가진 무속도 바깥에서 보면 신비로운 세계일 수도 있을 텐데, 다른 문명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몰이해에 기반한 세계 인식은 인간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태도에 대해 좀 더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이 소설은 그 경각심을 떠올리게 되는 내용이라서 놀랐고, 2021년에 출판된 것이라는 점에 한 번 더 놀랐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히 미셸 아당송이 활동하던 시대의 지식인들이 흑인들에 대해 갖고 있던 인식이 얼마나 저급했는지 보여주려는 것 같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이런 인식에 대해서는 모두 일반적으로 당연하게 공유하고 있는 것들이다. 지금은 그에 더해서 조금 더 확장된 인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 거기에 머물러 있는 까닭에 소설이 단순하고 밋밋하게 느껴진다. 만약에 미셸 아당송의 딸인 아글라에가 소설 앞뒤에서 조금 더 색다른 활약을 보여줬더라면 확장이 이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글라에는 미셸 아당송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물로만 보인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마들렌이라는 인물 또한 마람 섹의 확장이라기보다는 소설을 마무리하기 위한 도구로 느껴진다.
무척이나 매력적이라 매우 이상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마람 섹은 한때 아프리카의 환상 속 일부였다. 하지만 우린 세네갈 출신 작가인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가 쓴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을 통해서 매혹적이지만 인간적인 인물들을 이미 만나고 있고, 그들이 현재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걸 안다. 아당송이 19세기 사람이라는 설정이라고 해도 현대의 작가가 그려낸다면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데다, 다비드 디욥이 보여주는 세네갈의 모습은 단순히 타자화된 모습이라서 그저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이 소설에서 아래 문장 하나는 건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직 픽션, 즉 삶을 그려낸 소설만이 현실의 깊이와 그 복합성에 대한 진정한 통찰을 담아낼 수 있으며, 삶을 살아낸 그 자신마저도 온전히 인지할 수 없는 다양한 측면들을 담아 그 불투명함을 밝혀낼 수 있는 적합한 도구라고 나는 생각한다.”(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