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 타이완 여행기>

타이완에 꼭 가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소설

by 초콜릿책방지기

책방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자주 오던 청년이 타이완 사람이었다. 언제나 자전거를 타고 와서 책방 앞에 세워두고 바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각자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이야기를 나누어도 편안한 친구였는데, 타이완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니까 타이베이만 가지 말고 꼭 타이중에 가보라고 했다. 본인이 타이중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서울과 비슷한 타이베이보다는 타이중으로 가야 타이완을 더 잘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도까지 그려주고 교통편도 적어주어서 그 쪽지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다. 아마 보물함을 뒤져보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타이완으로 돌아가기 전날 책방에 한 번 더 들러서 작별 인사를 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면 카페를 열 예정이라고 했다. 언젠가 꼭 타이중에 가서 그 카페를 가보겠다고 하고 서로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교환했는데, 타이완 청년의 소식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다는 그 청년이 타이중에 아담하고 예쁜 카페를 하고 있는지, 여전히 궁금하기는 하다.


아직도 가보지 못한 타이완은 그렇게 한 청년의 고향으로만 남아있었는데, 이후에 몇 편의 타이완 소설을 읽으며 조금은 구체적인 이미지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읽게 된 이 소설은 마치 타이완 여행 가이드북처럼 느껴진다. 커피를 좋아하던 그 청년과 달리, 이번에는 왕성한 식욕을 가진 미식가 여성으로 변신해서 타이완을 횡단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나에게 재촉하고 있다. 어서 타이완 비행기표를 끊어보라고.


아오야마 치즈코라는 이 소설가는 일본의 전통 있는 가문 출신임에도 독신으로 살고 있다. 그 시절에 매우 드물게도 성공한 소설가 신분으로 타이완에 초청되어 가서,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본인의 열망인 미식을 실현한다. 아오야마가 타이완 여기저기를 다니며 미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던 것은 통역가로 아오야마 옆에서 일하게 된 샤오첸 덕분이다. 샤오첸은 여러 언어를 구사할 뿐 아니라, 타이완의 역사와 지리에 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이고 요리까지 척척 잘 해내는 다재다능한 젊은 여인이다. 아오야마는 이 통역사가 마음에 쏙 들어서 친구가 되자고 주장하지만, 샤오첸은 좀처럼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아오야마를 수행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우정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두 사람의 대화와 감정선을 묘사하는 대목들을 보면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백합소설이라는 장르소설로 분류하고 있기는 한데, 작가는 매우 영리하게도 식민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구도를 설정해 두고 당대 역사와 음식문화 등을 엮어서 이야기가 단순하게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에 더해, 마치 묻혀있던 소설을 발굴해서 작가가 번역한 것처럼 설정해서 이야기의 층위가 더 복합적으로 보이도록 만들고 있다.


만약 타이완의 다양한 전통 음식에 대한 이야기나 각 지역의 특유의 음식 문화의 차이와 같은 이야기들과 피식민지인이 겪는 미묘한 감정들이 섞여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저 단순한 장르소설로 분류되었을 것이고 전미도서상과 같은 큰 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소설 속 샤오첸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타이중 출신의 그 청년이 떠올랐다. 조용하고 차분하면서 자기 일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던 그 청년 덕분에 타이완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고 타이완이라는 나라가 언젠가 꼭 가야만 할 곳이 되었다. 아마 이 소설도 그런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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