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대막장 드라마
카라마조프의 특성은 무엇일까. 작가가 특별히 설정한 이 가문의 특징은 과연 무엇이길래, 이토록 유명한 가문이 된 것일까. 읽다 보면 과연 이 가문은 유명해 질만 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 표도르부터 소설적 인물로 완벽하다. 뻔뻔하고 교활하고 추잡하면서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오히려 더 당당한 인물이다. 어느 여자나 꾀어낼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루셴카와 같은 마성의 여자에게 사로잡힌다. 무엇 하나 거리낌 없이 자기 욕망대로 살아가는 인물이라서 마치 거대한 삶의 의지처럼 읽히기도 한다. 표도르처럼 산다면 고뇌라든가 존재론적 질문 따위로 고통받을 필요는 없다. 이런 인간은 본능적으로 알료샤와 같은 인물에게 끌리게 마련이다.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인간형이라 갈등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드미트리는 열정의 화신이며 감정적인 인물이라서 표도르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서로가 욕망하는 게 같고 지향점이 같으며 욕망의 대상마저 일치하므로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반처럼 지성에 몰두하는 인간은 성적 에너지가 가득한 인간에게서 동물적 냄새까지 맡아낼 수도 있다. 동물적 본성에서 가장 먼 곳에 자리하고 싶은 이반은 아버지 표도로를 사랑하고 싶어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혐오감을 느낀다. 알료샤는 아직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며 신성의 세계와 인간적 세계를 오가는 인물이다. 가장 인간적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은 스메르쟈코프다. 도덕적 기준도 딱히 없는 듯해서 죄책감 없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다.
카라마조프 가문의 인물들의 특징을 분류해 보면 대략 우리가 아는 사람들 중 누구라도 이들 중 하나와 겹칠 수 있다. 그래서 쉽게 이 인물들에게 마음을 내어주게 된다. 무엇보다도 인물들이 모두 한두 가지 뚜렷한 특징과 더불어서 동시에 의외의 면도 갖고 있어서 매우 입체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드미트리의 경우도 매우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카체리나를 대하는 태도는 이성적이며 절제되어 있다. 이반도 마찬가지로 인간과 신에 대해 형이상학적 질문에 빠져 있지만 동시에 카체리나에게 마음을 빼앗긴 모습을 보여준다. 알료샤도 수도사이면서도 리즈의 사랑 고백에 속수무책으로 넘어간다.
이 인물들의 다채로운 모습들은 이반이 알료샤에게 들려주는 서사와 연동되어 더 풍부한 의미를 보여준다. 이반이 제시하는 예시들은 어린아이에 대한 학대처럼 극단적인 것들이긴 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신이 어쩌지 못하는 인간의 자유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카라마조프가의 인물들은 그들 각각이 상징하는 인간의 욕망과 감정과 이성과 사랑이 모두 자유로운 상태에서 어떤 결과에 도달하는지 보여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입체적인 특징들은 현대 소설에서 나타난 특징이기도 한데, 그런 특징 덕분에 더욱 현실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러시아 작가 특유의 장광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매우 현대적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