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듯하면서도 4월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감정을 크게 움직이게 만드는 사건들이 있는 달이어서일 수도 있고, 코로나로 변한 일상이 길게 늘어져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요새는 일을 하기가 싫어진다. 책방 일은 관성에 따라서 하게 되지만, 글을 쓰는 일은 자꾸만 미루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기 좋은 날씨에, 바깥 활동이 제한되니 무기력증이 생긴 모양이다.
책방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한다면, 최근에 책방 옆에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려고 하고 있다. 오래전 그 자리에 있던 아주 작고 낡은 단독주택 하나가 불에 타서 소실되고 난 뒤 공지로 방치되어 있던 곳인데, 그 땅에 얽힌 복잡한 사정이 마침내 해소가 된 듯 터를 다지고 있다. 소음이 들리고 먼지가 날리기는 하지만, 바이러스로 정지되어 있는 것 같은 주변에서 변화가 생기고 있으니 마냥 불평만 생기지는 않는다.
또 하나의 사건은 조금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책방 화장실은 책방이 있는 건물을 빙 돌아가서 뒤편에 있는 경로당 화장실과 맞붙어있다. 이런저런 이유와 사정으로 경로당 화장실 옆에 책방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책방 화장실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하는 반면, 경로당 화장실은 열쇠로 열고 들어가야 하는 화장실이다. 코로나 때문에 경로당이 닫혀있기는 해도, 경로당 화장실은 책방과 마주 보고 있는 아파트의 청소부와 경비실 근무자들이 이용하고 있어서 열려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아는 사람은 아는 공공화장실이기도 하다. 주로 주변을 지나는 택배 기사님들이 많이 이용하신다.
그런데 옆 건물을 세우는 공사를 하시는 분들도 그 화장실을 이용하면서부터 경로당 화장실이 잠기게 되었다. 경로당 화장실을 청소하고 관리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아무래도 불편함이 생기신 듯하다. 그렇게 되다 보니 책방 화장실을 사용하게 되었고 책방이 마감을 하고 간 시간에도 공사하시는 분들이 사용하게 되니 책방 화장실이 공공 화장실처럼 되어버렸다. 책방 화장실은 마감 때마다 청소를 하고 가니 사용한 흔적을 바로 알 수밖에 없다.(게다가 나는 조금 결벽증이 있는 책방지기다.) 어쩔 수 없이 공사현장에 계신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그분들은 자신들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셨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사건이 벌어졌다. 책방 화장실 뒤쪽에 건물 보일러실이 있는데, 그쪽으로 들어가는 좁고 후미진 통로에 노상방변의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건물주가 울상이 되어서 책방에 들어와서 하소연을 하고 가셨고, 그날 바로 그 통로 앞에는 철제 가림막이 세워졌다.
두 가지 사건의 개연성은 확실하지 않고, 그저 다양한 추측만 생길 뿐이다. 배설은 기본적인 생리현상이라서 어찌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의 노상 배변은 당황스럽고 씁쓸했다. 나는 경로당 화장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을 매일 마주치고 있고, 나 또한 매일 화장실을 청소하고 휴지를 채워 넣고 휴지통을 비운다. 그런 수고를 아는 사람들은 분명히 열려 있는 경로당 화장실에 감사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 화장실이 닫히게 된 이유 또한 분명히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공공 화장실도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유지가 되는 것이고, 깨끗한 화장실 뒤에는 세금과 함께 누군가의 노동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영업장의 화장실은 개인의 자본과 노동 모두가 들어있는 곳이다. 그곳을 무상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최대한의 예의라도 갖춰야 한다. 유상으로 이용할 경우라도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면 그 사람의 사람됨을 의심해보게 된다. 우리는 적어도 그런 정도의 수준은 갖추고 있는 시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