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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책방 이야기 - 2주년이 되었다.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by 초콜릿책방지기

초콜릿 책방이 있는 연희동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나는 학교 옆 오래된 '연궁서가'라는 서점을 기억하고 있다. 지날 때마다 한 번씩 꼭 기웃거리게 되던 그 서점은 참고서와 학습서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서가 한쪽 면은 소설책들이 꽂혀있었고, 그 앞에 서서 책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 서점은 내가 성인이 된 후에도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결국은 문을 닫고 말았다.


길에서 우연히 서점을 운영하시던 사장님을 마주쳐서 안타까움을 내비쳤더니 사장님은 복잡한 마음을 슬며시 털어놓으셨다. 동네에 있던 유일한 서점이 문을 닫는다고 안타까워하는 동네 사람들이 책을 한 권씩이라도 사줬다면 20년 넘게 운영하던 서점이 더 버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사장님의 그 말씀에 나도 뜨끔해졌다. 서점 앞을 지날 일이 있으면 어쩌다 한 번 들르긴 했어도 온라인 구매의 편리함에 빠져서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에 내가 책방을 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사라진 '연궁서가'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20년 넘게 버텨온 서점도 문을 닫았는데, 새로 내는 책방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과 함께 시작한 책방이다.

이제 책방문을 연 지, 꼬박 만 2년이 되었다. 기분상으로는 좀 더 오래된 것 같고 손님들도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걸 보면 2년을 20년처럼 아주 진하게 지내왔나보다. 연애할 때도 꿀 같은 백일이 지나고 나면 1년은 순식간에 지나고 2년 정도가 되면 마치 평생 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아직은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오락가락 하는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지긋지긋해서 정말 헤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역시나, 아직은 마음이 파릇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 파릇한 마음은 책방을 하면서 이제껏 다친 마음보다는 따뜻해진 마음이 더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최근에 주변에서 문을 닫게 된 다른 책방 소식을 많이 듣게 되는데, 그런 소식을 들을 때면 어느 정도 그 이유가 짐작이 된다. 분명히 경제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지만,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이다보니 마음이 다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는 책방에 찾아오는 분들을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책방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면서 동네에서 작은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책방은 그런 역할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변화하고 있는 지금의 책방은 그런 방향을 향하고 있고 그 방향이 괜찮은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모두 지나치게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공간이 필요하다. 모두가 망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여유로운 공간이지만,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채울 수 있는 곳 말이다. 그래서 어찌 되었든 오래 버텨볼 생각이다. 그게 몇 년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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