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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책방 이야기
- 연휴가 지나고 나면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by 초콜릿책방지기

긴 연휴가 시작되는 화요일 저녁에 책방 문을 일찍 닫고 산책을 나갔다. 자영업자에게 코로나 상황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서, 2단계와 2.5단계를 오갈 때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고 한 번씩 산책을 나간다. 조심하느라 산책도 꺼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살다가는 마음의 병이 생겨버릴 것 같아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되도록 사람들을 피해서 산책을 한다. 책방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이다 보니 가끔씩 동네 산책을 하는 게 마치 시내 나들이를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살고 있는 동네가 연남동과 인접한 연희동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2.5단계가 시작되고 난 후 나간 산책은 정말 유령도시를 걷는 느낌이었다. 상점이 밀집해 있고 여전히 뜨고 있는 동네인 연남동은 코로나 상황이라고 해도 일정한 유동인구가 보장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2.5단계의 위력은 대단했다. 불 꺼진 식당과 거리는 괴괴한 정적이 흘렀고 사람도 차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게 어둡고 침울한 연남동 거리는 처음이었다. 개발되기 이전의 연남동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그건 아련한 추억 속에 있는 거리일 뿐이라서, 그날의 연남동의 모습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반짝이던 대스타가 어두운 대기실에서 지친 민낯을 보여주는 것처럼 당황스러운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모두 다 이렇게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이 대견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심하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깜깜하고 적막한 연남동 길을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텅 빈 보도를 걸었다. 걷다가 바깥 조명이 모두 꺼진 술집 안쪽 흐릿한 조명 아래 멍하니 앉아 있는 사장님의 뒷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서 더 안쓰러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마도 모두가 힘이 들었을 것이다. 특히 조심하고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더 신경이 곤두서고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화요일 산책길 연남동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불빛 가득 융성한 거리에 사람으로 가득했다. 식당마다 사람으로 가득하고, 활기가 넘쳤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코로나 이전과 비슷했다.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과 신나게 일하고 있는 사장님들을 보니, 기분이 들썩이기는 했다. 동시에 걱정도 커졌다. 연휴가 지나고 나면,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고 유령도시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활기찬 거리도, 불 꺼진 거리도 모두 다 걱정이 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자영업자다. 그에 앞서 나도 그냥 한 사람으로서, 힘들고 답답하다. 걱정 없이 모여서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고 싶다. 사람은 서로 어울려 살면서 살아가야 더 많은 삶의 의미를 얻게 되는 존재들인데 지금 상황이 정말 가혹하긴 하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의미라서,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 보았다. 연휴가 지나고 나면 또다시 모두가 단정하고 의연하게 코로나 상황에 대처하리라는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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