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책방 이야기
- 마을예술창작소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by 초콜릿책방지기

며칠 전에 마을 예술창작소 간판을 받았다. 마을예술창작소의 로고와 책방의 로고가 사이좋게 들어가 있는, 한눈에 봐도 단단해 보이는 두꺼운 철판으로 된 간판이었다. 간판을 보고 나니 마을예술창작소 중 하나라는 게 실감이 났다. 거의 한 해가 다 지나가고 있는데 이제야 말이다. 그동안 대놓고 자랑을 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마을예술창작소의 새로운 일원이 되어 지원을 받고 있었다. 지인이 우리 책방이 하는 일들을 보고서 어쩐지 성격이 맞을 것 같다고 지원을 해보라고 해서 얼떨결에 지원했다가 덜컥 함께 하게 된 것이다.


자력으로 살아남기 힘든 책방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사업들은 많지만 마을예술창작소라는 이름은 생소하고 낯설었다.(책방도 자영업의 하나인데 지원을 해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자영업은 맞는데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살아남기 힘든 특수한 자영업이다. 누구나 장사를 못 하면 망하는 게 당연하지만, 책방은 장사의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의 영역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봐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부분은 다음에 또 길게 주절거릴(?)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마을예술창작소라는 이름만 봐서는, 마을에서 예술을 창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집단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럼 뭔가 좀 너무 멋져서 나랑은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여기에 껴도 되는 걸까? 그런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일단 지원서류를 넣었고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막상 심사를 받다 보니 오히려 우리 책방이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맞아요, 저는 이렇게 금방 거만해지는 사람입니다. 칭찬 많이 하지 마세요. 흑.)


지나다 우연히 책방에 들르게 되는 사람들에게서 여전히 이곳이 뭐하는 곳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언뜻 보기에는 책방이지만 음료를 판매하고 있으니 카페이기도 한데,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포스터들을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여행 책방이나 그림책 책방 혹은 사진 책방처럼 정체성이 확고하지도 않다. 책방에서 진행하는 행사들만 살펴봐도 당최 무슨 공간인지 한 가지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뻔뻔스럽게 이렇게 대답한다.

-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자그마한 공간에 붙인 이름 치고는 참 거창하기도 하다. 하지만 책방의 성격을 설명하는 데는 가장 가까운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끄러움은 내 몫으로 해버리고 그냥 그렇게 말해버린다.

사실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책방의 모습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기는 했다.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정체성과 콘셉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페 말고 책방을 운영하고 싶었던 이유가, 하고 싶은 것을 마구잡이로 다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책방은 대체로 무엇이든 수용 가능한 열린 공간이 콘셉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저 없이 되는대로 일을 벌이고, 함께 할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해버리곤 했다. 독서모임, 영화모임, 장터, 그림책 수업, 다양한 강연 혹은 세미나, 원데이 클래스, 요리모임, 만들기 모임 등등이 그동안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마을예술창작소도 문화적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취향을 공유하고 함께 하는 곳이라고 하니, 대략 서로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무겁고 반짝이는 마을예술창작소 간판을 잘 보이는 곳에 놓고 나니 무언가 어깨가 무거워진다. 앞으로 책방이 향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 아직도 잘 알 수가 없다. 이것저것 아무것이나 마구잡이로 하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될까. 이왕이면 언젠가 갖게 될 책방의 얼굴이 지금 막 놓인 간판처럼 반짝이며 빛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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