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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책방 이야기 - 잡지 탄생!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by 초콜릿책방지기

책방의 문을 열면서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순전히 자기만족적인 일이었는데, 돈이 되는 것도 간지가 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책방을 자주 드나들어 친해진 손님들에게 같이 해보자고 슬쩍 말을 흘려보면 모두들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시큰둥한 반응에 마음이 확 쪼그라들어서 마치 내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른 이야기로 화재를 전환하곤 했다.

쪼그라든 마음은 마치 아무리 노력해도 마이너리그에 있을 수밖에 없는 가수가 앨범을 내겠다고 말을 꺼냈을 때 주변의 반응을 본 것 같은 것이랄까. 쪼그라들다 못해 마음이 아주 깊은 밑바닥까지 떨어질 때는 사람들이 종이 낭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게 냉정하고 객관적인 반응은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이유를 하나씩 더 만들 수 있게 만들어준다. 어쩌면 냉정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건 기분 탓이겠지. 분명히 나도 알고 있었다. 세상에 넘치고 다양한 것이 잡지인데, 새삼스럽게 책방에서 만들어봤자 특별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냥 하고 싶어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안 되는 것일까?


잡지를 내는 이유가 꼭 어떤 효용가치가 있어야 하는 걸까. 요즘은 다들 좋아서 하는 일 아닐까. 좋아서 하지 않으면 도대체 그런 일을 무엇 때문에 하는 것일까. 인간은 그런 맹목적인 이유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왔을 텐데, 이런 잡지 또한 작지만 큰 의미를 갖는 문화적 활동의 하나가 아닐까 하면서 혼자서 이렇게 구시렁거리다 보면 하루가 갔고, 또 한 달이 지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잡지에 대한 마음은 불투명해졌다.


한동안 잊고 있던 잡지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던 건 하나의 특별한 계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마을 예술 창작소의 지원을 받아서 잡지를 만들 수 있는 예산이 확보되기는 했다. 그렇지만 나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안다. 그동안 잡지를 만들고 싶었지만 만들 수 없었던 이유는 함께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 함께 할 사람이 생겨서 잡지를 내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잡지는 사람이 중심이었는데, 그런 사람의 수가 충분하지 않아서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혼자서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무 하고나 할 수 있었던 일도 아니었다. 이제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한 명 한 명이 품고 있는 반짝이는 우주, 그 광대한 이야기들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작더라도 소중하게 담아낼 수 있는 잡지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소원을 마침내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벅차오른다. 쪼그라들었던 곳을 누가 이렇게 빵빵하게 채워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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