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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책방 이야기
- 망할 것처럼 초조할 때

by 초콜릿책방지기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는 않았지만 일주일 가량 책방에 출근을 하지 않았다. 번아웃 증후군인지 혹은 알코올 과다 섭취 부작용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지나친 걱정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았다. 생계가 걱정될 정도로 매출이 떨어진 상태였고, 돈도 돈이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텅 빈 책방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견디다 보니 조금씩 마음에 병이 드는 것 같았다.


상황에 대한 원망도 그렇지만 제일 큰 문제는 자책하는 것이었다. 원인이 외부에 있어도, 자꾸만 내 문제라고 생각해서 조금씩 더 괴로워졌다. sns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다른 곳과 비교하면서 내가 이 상황에 대비를 잘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너무 뒤처져 있었던 게 아닐까, 지금이라도 뭔가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생각하며 자책에 빠져있었다. 그런 생각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도, 빠져나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마음이 자꾸만 초조해지고, 그럴수록 실수가 계속 생겼다.


점점 더 예민해지고 매사에 짜증이 나고 책조차 읽기 싫어졌다. 그런 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당분간 책방을 쉬고, 핸드폰을 보지 말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런 말조차 귀찮고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쉬는 것은 겁이 났다. 그래도 한 발 떨어져서 지금 상황을 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별다른 의지 없이 사실은 시큰둥하게 집에 있었다.


무기력하다고 느끼게 된 것은 내가 청소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였다. 더러운 화장실과 먼지가 굴러다니는 방바닥을 보면서, 정말 무기력에 빠져있구나 생각했다.


지금 이 모습이 정말 내 모습인가?

책방이 망하면 나는 가치 없는 인간인가?

진짜 힘든 이유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하다가 청소를 시작했다. 그동안 방치하고 있던 화장실을 오래 공들여서 닦아냈다.(원래 화장실은 누워서 잠을 자도 될 만큼 깨끗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채소반찬을 만들었다. 요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를 위해서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아이들은 채소반찬을 거의 먹지 않아서 주로 아이들에게 맞춘 음식을 하곤 했다.) 그리고 그 음식을 아주 오래 공들여서 꼭꼭 씹어서 먹었다.


잊고 있던 놀이를 아이들과 다시 시작했다. 누워서 이야기 지어내기. 한 사람이 주인공과 상황만 설정하면 서로 이어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부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되어버리고 옆에서 듣는 사람은 황당하기만 하지만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보면 서로를 웃기기 위해서 키득거리며 생각을 짜내게 되고 결국 웃음으로 끝나는 놀이다. 솔직히 아이들이 내 삶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기쁨을 찾게 해주는 큰 의미라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책방에 다시 출근해서, 나는 일단 그냥 책을 읽는다. 그것이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문득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죽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모든 것이 다 내 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은 지나갔고, 만약 앞으로 또 이런 마음의 어려움이 닥친다면 지금 이때의 과거를 떠올려볼 생각이다. 그때 그렇게 지나갔다면 나중의 그때도 그렇게 지나갈 수 있으리가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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