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책방 이야기 6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문장 한 줄

by 초콜릿책방지기

초콜릿 책방의 문을 연 지 벌써 석 달이 넘었다. 벌써,라고 말은 했지만 석 달이 마치 삼 년처럼 느껴진 시간이었다.


처음이란 항상 낯설고 부자연스러워서 시간이 길게 늘어지는 법이다. 순간순간의 새로움이 시간을 촘촘히 채우다 보니, 하루하루를 아주 오랫동안 살아낸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늙어버린 기분이 들기도 한다. 새로 문을 연 책방이라서,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고민해야 할 일도 역시 많았다.


사람의 수명이 대충 80년 정도 된다고 한다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은 대체로 20대까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일생에 걸쳐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겠지만, 나처럼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이 순수하게 자신에게 몰두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피가 들끓어 오르는 10대에서 20대 사이에 잠깐 몰두하다가 이내 밥벌이나 가정생활과 같은 현실의 세계에 휘말려 들어가 자신을 잊고 살거나, 그냥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믿고 산다.


책방을 운영하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처음 한 동안은 책방의 정체성에 대해 집중해서 고민해야만 하고, 피가 끓어오르는 것처럼 몰두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정말 좋은 책방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대체로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방의 일이 쳇바퀴 돌듯 굴러가게 된다면 그냥 관성에 맡기면 되고, 그럴 때는 애써 고민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지나가게 된다. 이렇게 말을 하니 책방 일을 너무 무성의하게 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다른 말로 하면, 사람들이 종종 '자리를 잡았다'라고 표현하는 것과 비슷한 말이다.


관성에 의해 굴러가기 전까지는 책방의 모든 일이 새롭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도 어찌 되었건 시간은 흐르고, 석 달이 지나갔고, 무심한 일상처럼 책방도 그럭저럭 굴러간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도 멀었다. 책방은 아직 신생아처럼 응애응애 울고 있기만 한 것 같고, 머릿속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폭풍이 휘몰아치다 가라앉는다.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건가. 고민은 끝도 없다.






이전 05화초콜릿 책방 이야기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