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책방 이야기
- 봄이라서 좋아요.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by 초콜릿책방지기

작은 동네책방들의 주된 역할 중 하나가 지역의 문화적 요구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네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책방들은 책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책을 중심으로 해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한다. 구석에 있는 작은 공간들이기 때문에 제약이 있기도 하지만, 대형 도서관이나 문화 공간에서 진행할 수 없는 소규모의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할 수 있는 커다란 장점도 있다. 게다가 동네에 있으니 접근성도 좋고, 문턱도 훨씬 낮다고 생각한다. 다정하고 친근한 공간은 거기에 따라오는 덤이다.


이런 작은 동네책방들의 치명적인 장점들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코로나 때문이다. 행사를 하지 않으면 대체로 항상 고요하고 텅 빈 공간인데 행사를 하면 북적북적 생기가 돈다. 오래도록 고요하게 가라앉은 공간에 있다 보니 한동안 침체되어 있었다. 매일 열심히 책방을 지키고 있지만 그저 몸만 앉아있는 상태랄까.(멍하니 앉아있다가 문득 난 여기서 지박령이 되리라 쓸데없는 다짐을 막 하면서) 그렇게 앉아있으면 '지박령'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책방에 마법이 다시 찾아왔다.

봄이 온 것이다.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 속에 벚꽃이 있고, 지금 꽃잎이 눈부시게 날리고 있다. 조그만 새들이 포르르 몰려서 날아가는 것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반짝이며 날리고 있다. 그러니까 어떤 외적인 환경 때문에 침체되어 있던 마음속으로 또 다른 어떤 외적인 환경이 다시 일어설 동기를 부여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유인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생동감 있는 계절은 일을 할 힘을 더 길어 올리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4계절이 있는 환경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밝은 얼굴과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책방에서도 뭔가 재밌는 걸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활기찬 기운을 책방에 불어넣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는 독서모임 멤버들에게 독서모임과 영맥데이(영화 보며 맥주 마시는 날) 말고도 다른 재미난 것도 좀 하고 싶어 졌다고 했더니 멤버들이 웃으며 "사람 욕심은 끝도 없죠!" 하고 말했다. 영업제한 때문에 한동안 사람들이 책방에 앉아있을 수 없었을 때 모여서 이야기할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쑥스럽게, 멤버들은 나를 놀리는 얼굴로 함께 웃었다.


그래도 욕심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봄이 한창이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초콜릿 책방 이야기 - 초심자의 부끄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