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이럴 수가. 10월이라니. 해가 갈수록 시간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말이 맞구나. 지난 한 달은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벌써 10월이다. 날씨가 눈부시게 좋아서 오히려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명절을 앞둔 주중에는 오랜만에 책방에 들러서 인사를 하고 가는 손님들이 더러 있었다. 그렇게 불쑥 들러서 안부를 전해주고 가면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모른다. 잠시라도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마음속에서 서걱거리며 굴러다니던 설탕이 솜사탕으로 몽글몽글 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때 보면 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난 주말에는 독서모임을 오전 오후로 나눠서 두 번을 했다. 책 자체가 화제작이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참석하고 싶어 했던 북클럽 멤버들이 많았다. 예전 같으면 다 같이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함께 신나게 떠들었겠지만 지금은 인원 제한 때문에 4명 이상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야 한다.
80년대 국민학교에 다니던 사람들 중에서 아마도 오전반 오후반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눴어도 한 반에 학생수가 50명이 넘었다. 오전에 학교에 갔다가 오는 것은 괜찮았는데, 오후에 학교에 가려고 하면 그게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었다. 원래 하기 싫은 일은 먼저 해놓고 놀아야 마음이 편해지는 법 아닌가? (이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지만 난 먼저 해버리고 노는 쪽에 가깝다) 어쨌든 그런 이상한 시절이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더 이상한 시절이 오는 바람에 오전반 오후반이 또 소환되어 버렸다.
오전반 참석자와 오후반 참석자가 다르니 텍스트는 같아도 분위기는 물론 주된 이야깃거리도 많이 다르다. 그게 참 흥미롭다. 책은 똑같은데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도 다르지만, 모이는 사람들에 따라서 그날의 주제도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청자가 많을 경우에 간혹 생기게 되는 오전반 오후반 독서모임이 흥미롭다.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조심하는 부분은, 오전에 한 번 내 의견을 말했기 때문에 오후에는 말을 하지 않게 되곤 하는데 신경 써서 내 의견을 잘 정리해서 말하려고 하는 것과, 오전에 다른 사람이 말했던 의견을 내 것처럼 착각해서 말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모임이 끝나자마자 점심을 먹고 바로 이어서 하는 모임이라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런 부분을 놓치게 되곤 한다.
그렇게 오전반과 오후반 모임을 하고 나면 대체로 오전반 사람들은 집으로 가고 오후반 사람들은 늦게까지 남아서 모임에서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눈다. 오전반 사람들은 대체로 오후반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인사를 하고 간다. 서로가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오후반 사람들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오전반 사람들 몫까지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그게 길어지면 슬며시 와인도 한 병 따게 된다. 그런데 인원 제한 때문에 서로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6시가 넘어가면 신데렐라들처럼 서둘러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지금은 백신 접종 완료자 4명 포함 최대 6인까지 가능하지만 그때는 2명만 가능했다) 다들 모임에 자유롭게 오려고 백신을 맞고 있다고 한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달콤 쌉쌀해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나는 오전반과 오후반뿐만 아니라 하루에 몇 번이라도 나눠서 모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책을 통해서 함께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2차 백신을 맞는다. 이번 연말이면 전과 같은 일상은 아니더라도 그리운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책 이야기와 소소한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