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겉으로 보기에는 책방이 별 일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잘 굴러가는 정도는 아니라도 문을 닫을 정도는 또 아니라서 그럭저럭 버티는 중이니까 말이다. 언뜻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기도 한다. "위태로운 북클럽"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선착순 4명이라서 아쉬울 때가 많지만, 그래도 모임원들이 잘 맞춰서 참석하고 있다. 책방지기인 나도 여느 때보다 더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읽어야 하는 책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읽고 있다. 책방을 열면서 간절히 원했던 독서를 마음껏 하고 있으니, 사실 굉장히 기쁜 일이긴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의욕이 별로 없다고 느낀다. 코로나로 인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매출에는 초연한 마음을 가지게 된 지 좀 되었으니 매출 때문은 아닐 것이다.
여느 때처럼 책방 문을 열고 멍하니 앉아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도대체 이런 무기력에 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휴가 후유증인지,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지, 3년 차 자영업자의 슬럼프인지 등등.
그런데 마음속 어딘가 깊은 곳에서 답이 올라온다. "심심해!"
그렇다, 책방 운영에 매가리가 없는 것(?)은 심심한 것 때문인 것이다!
아이들도 그렇지 않은가. 정말 너무너무너무 심심하면 어느 구석에 맥없이 앉아있어서 마치 우울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 된다. 혼자 놀다 지쳐서 더 이상 아무 놀이도 생각나지 않는 상태에서는 심심함이 도에 지나쳐 버린 것이다. 사람은 무릇 심심함에 정도를 넘어서면 삶의 의욕마저도 조금씩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정의에, "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책방지기가 책을 많이 읽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 또한 유희의 일종이긴 하지만, 책방 운영에 관해서 생각해보면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일에 여유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것이 바로 노는 것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놀이는 언제든 몸과 마음을 사리지 않고 해오긴 했지만, 책방을 통한 놀이가 멈춰있던 탓에 책방이 마치 정지해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니 의욕도 동시에 멈춰있던 상태였다.
북클럽 멤버들에게는 종종 말해왔지만, 거리두기 상황이 끝나면 매일 행사를 할 것이라고 다짐을 해왔다. 북토크며 원데이 클래스, 영화모임, 장터, 와인 모임 등등을 비롯해서 케이터링 파티까지 아주 꽉 채워서 놀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다짐도 시간이 지날수록 잊게 되어서, 그런 행사를 책방에서 한 적이 있었는지도 기억에서 가물거리게 되었다. 정지되면서 정체된 상태, 그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어린아이가 놀지 못해서 우울해진 것처럼 책방도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행히도 서울국제도서전이나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와 같은 큰 행사들이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동시에 작은 공간들과 함께 하려는 취지로 우리에게도 기회를 줘서, 그런 행사에나마 참여하게 되어 조금은 숨이 트인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여전히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진짜 놀 수 있는 날을 말이다. 그런 날이 오면 당장 공지를 올릴 것이다.
"Let's have a party!(파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