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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 Nov 25. 2020

묻지 않아도 합니다

누구도 시키지 않은 브런치 작가 데뷔 소감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으니,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 스트레스가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진지해지고 호기심이 많아졌다. 어쩜 그 약간의 스트레스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시간을 도둑맞는 것 같았다.

남편의 출근 시간은 제법 빨라 나는 일찍 일어나고 남들보다 하루를 빨리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보면 남편은 퇴근해 집에 와 있다. 아니, 어느새 퇴근을 한 거지?

손을 뻗으면 닿을 거 같은 그 학창 시절이 이십 년은 족히 넘었다. 세상에나!

얼마 전에 인상 깊게 본 영화라 생각해서 다시 보는데 손발이 오그라든다. 영화 정보를 찾아보면 몇 년 전 개봉 영화인지 계산하려니 한참이다.

언제 여기까지 와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멍하게 하고 있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 내 시간을 가로챈 게 분명해.


글쓰기를 하려면 소재가 있어야 하고 소재를 찾았으면 관찰해야 하고 관찰한 것들은 생각하고 정리해야 한다.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조금씩 생겼을 무렵, 한동안 글쓰기 책들을 읽었다.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글 쓰는 방법들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은 "우선 쓰세요"였다. 이제야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누구나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작가가 되라는 말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삶의 돌아보라는, 삶의 방향을 읽어보라는 뜻인가 보다.


나의 일상을 관찰해 보기로 했다. 성실한 하루를 보내보리라는 결의 같은 걸로 말고, 나의 시간이 어떤 색깔로, 어떤 느낌으로 흘러가는지 내가 아닌 나로 바라보고 싶어 졌다. 살아가는 나와 나를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키는 일을 글쓰기의  작업으로 삼았다.  시간이  도둑맞은 느낌인지 단서를 찾을  있거나, 아님 앞으로는  시간들을 조금은 더 많이 기억하고 살아갈  있을지도 모르겠다.


브런치 작가라고 아직 남들에게 말하는 것 조차 부끄러운 초보지만, 내 삶을 글로 지어본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새롭다. 매일매일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라는 시간이 어제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오늘 나에게로 왔다.  마음 자세 하나 고쳤을 뿐인데 이상한 일이다.





저도 제 소중한 일상을 기대하겠습니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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