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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볶음밥

by 윤슬

오랜만에 볶음밥을 먹었다.

따뜻한 밥알과 야채들
한입씩 먹다 보니 어느새
남은 건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뿐이다.

마치 떨어지기 싫다는 듯
한 몸처럼 냄비 바닥에 붙어있다.

유독 그 많은 밥알 중에서도
마지막 누룽지를 박박 긁어먹던 너는
너의 마음에 눌어붙은 나도
전부 긁어낼 수 있었을까.

미련이 덕지덕지 붙은
새까맣게 타버린 냄비 바닥이 보이고

왠지 심술이 난 나는
누룽지 긁어먹는 걸 관둔다.

역시 나는,
조금은 더 내버려 둘까 봐.
식은 볶음밥은 데우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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