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봄은
길었던 추위만큼이나
유독 흐릿했다.
분명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도 버스를 타더라도
어디에서나 봄은 우렁차게
자신의 탄생을 알리는 비명을 질렀다.
어디에서나 봄이 짓이겨지는 내음이 났었다.
비릿한 혈향만큼이나 잔혹하게
가지 끝마다 터진 상처들에서
얼얼한 꽃향기가 진동했었다.
하지만 올해의 봄은 어디로 갔는지
미약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봄은 죽어서 사라진 것일까
영영 보지 못하는 것일까
어쩌면 죽은 건 올해의 봄이 아니라
나의 봄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