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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축축한 생명

by 윤슬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세상에게 찍힌 두 점이 있고

그 둘을 묶는 살갗의 실이
무지하게 많은 오점을 잇고

그런 실들이 잔뜩 모여서
하늘하늘 눈꺼풀이 되어서
자그마한 행성의 눈물을 닦고

수천 년을 덧쓰여진 족적에
수만 번을 메꿔진 직물에
수억 번을 엉겨 붙은 조직에

자르고 붙여 넣기가 이토록 쉬웠던가
새끼와 검지면 충분하던가

너도 없고 나도 없고
포르말린에 담긴 박제 두 점만이.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 데미안 허스트,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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