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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목동 이야기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읽고

by 윤슬

밤하늘에 점점이 박힌
반짝이는 작은 별들이
어렸을 적에는 그저
빛나는 모래알인 줄 알았더랬죠

그 모래알들이 점차 흩어져갈 때쯤
눈부시게 밝은 태양조차
그저 가장 가까운 모래알임을 알고
조금은 실망했었습니다

저 별들 중에는 분명
한여름의 낮보다 밝고 뜨거우며
우리들의 역사보다도 기나긴 삶을 사는
수많은 신성들이 있을 텐데

어째서 자그마한 태양빛에 가려질까요
삭일의 밤은 왜 이리도 어두울까요

아, 제아무리 밝은 일등성도
그들의 목소리가 닿기에
이곳은 너무나도 멀기에

아, 말을 전해줄 뿐인 행성들도
곁에 다가와 어깨에 기대어
귓속말로 속삭여주면 그만이기에

나는 곁에 내려앉은 유성의 소맷자락을
나의 궤도로 살며시 당기고는
검은 바다 위 모래알을 하나씩 세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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