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약속을 지키는 힘
한밤중, 학생에게서 문자 한 통이 날아옵니다.
“선생님, 저 내일 클리닉 수업 토요일에 갈게요.”
“알았어, 토요일에 꼭 와라.”
하지만 약속한 토요일 당일, 어김없이 두 번째 문자가 도착합니다.
“선생님, 저 오늘 다른 학원 때문에 못 가게 됐는데 클리닉 다음 주 수요일에 할게요.”
참다못한 제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옵니다.
“그럼 다음 주엔 다시 토요일에 하겠다고 할 거지? 너 이래서 한 달에 한 번은 올 수 있겠냐!”
“아니에요! 다음 주 수요일엔 수업 마치고 진짜 꼭 할 거예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다.”
학원 운영을 하다 보면 이런 ‘약속 밀당’을 종종 겪게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정규 수업은 그럭저럭 오지만, 자기 주도 학습인 클리닉 수업은 정규 수업보다 마음이 해이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지각하지 않고 약속을 잘 지키는 친구들이 확실히 수업 태도도 좋고 숙제도 성실하다는 사실입니다. 반면 핑계가 많고 약속을 미루는 친구들은 대체로 숙제도 빼먹기 일쑤지요.
인이무신 부지기가야 (人而無信 不知其可也) : 사람으로서 신의가 없으면, 그 사람이 옳은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 《논어(論語)》 〈위정〉
수업은 선생님,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의 약속입니다. 제시간에 숙제를 해와야 원활한 수업이 가능하고, 정해진 시간에 자리에 앉아야 비로소 공부할 준비가 된 것이니까요.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말과 행동이 잦아지면 결국 그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됩니다. 신의를 잃은 사람은 공부든 사회생활이든 제대로 해내기 어렵습니다. 말 한마디를 내뱉을 때 내가 정말 지킬 수 있는 일인지 깊이 생각하고, 일단 뱉은 말은 끝까지 책임지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 사소한 정직함이 쌓여야 비로소 타인과의 단단한 신뢰가 형성되고, 나아가 자신에 대한 확신도 생기는 법입니다.
[못다 한 이야기] 수레의 축과 같은 ‘신의’의 역할
공자는 이 구절 뒤에 재미있는 비유를 덧붙였습니다. "큰 수레에 멍에 걸이 못이 없고, 작은 수레에 월형(복도리)이 없다면 어떻게 수레를 굴릴 수 있겠느냐?"는 말입니다. 수레에서 아주 작은 부품인 못이나 축이 빠지면 아무리 화려한 수레도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없듯이, 인간관계에서도 ‘신의’는 삶을 전진하게 하는 핵심 장치라는 뜻입니다.
아이들에게 국어 점수 몇 점보다 더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법'일지도 모릅니다. "수요일엔 꼭 갈게요"라는 그 작은 약속 하나를 지키는 힘이, 훗날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가는 가장 튼튼한 바퀴 축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