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9: Dec. 7th, 2020 (9:00AM)
일요일은 린다가 여는 라이팅 부트캠프가 있는 날이다. 12시부터 3시까지, 당일의 목표를 공유하는 첫 10분 정도의 시간 이외에는 조용한 상태에서 각자 할 일을 한다. 원칙은 반드시 학술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이메일에 답한다던지 밀린 잡무를 하는 것은 금지되어있다. 아카데미아에 있는 사람으로서 학술 글쓰기는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집단에 소속되어 봉급을 받으며 살다보면 각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정작 연구와 글쓰기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하루 중 오롯이 글쓰기만 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교수나 대학원생을 막론하고 모두가 느끼는 아쉬움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요일의 일정 시간은 반드시 학업과 관련된 일을 하자는 목표로 시작된 모임이다.
문제는 일요일에 이 모임을 가겠다고 결심하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의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토요일에는 반드시 하루 전체를 휴식에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쉬고 나면 어느새 몸에는 쉬는 관성이 붙어 일요일에도 조금만 더 쉴까... 하는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게 어영부영 오전을 보내다보면 12시에 딱 맞추어 줌에 접속하기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진다.
어제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그 찰나의 유혹을 이겨내고 하기로 한 일을 시작하면, 막상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침대에 누워 고민하다가 몸을 일으켜 12시 2분이 되어서야 줌에 접속해보니 린다가 혼자 접속해있었다. 학기 말이 되니 다들 지치긴 한 모양이다... 우습지만, 그래서 뿌듯함은 더 배가 되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린다와 1대1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되어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면 하지 못했을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조금 수다를 떨었다. 최근에 린다가 추천서를 써 준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그녀가 소개해준 다음 학기 TA 포지션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축하를 받고 감사를 전하고 조언을 얻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중요해서 꼭 제대로 읽어내야 하지만 어려워서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던 논문을 다시 펴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노트를 했다.
딱 한 순간, 딱 한걸음을 더 내 딛겠다는 결심은 어렵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면 그 다음 걸음은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고 그렇게 걸어나가다보면 생각보다 얻는 것이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