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멍청이의 여름 휴가
꿈 같았던 여름 휴가가 벌써 저먼 추억이 돼버렸다. 난생 처음 일이 아닌 여행으로 비즈니스 좌석을 타고, 꼭 다시 오리라 마음 먹었던 포시즌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역시는 역시인건가... 완벽함을 시기한 누군가가는 아니고 순전히 나의 잘못으로 등가죽과 어깨 그리고 다리에 2도 화상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누굴 탓하리오 똥멍청하게 좋다고 무방비 상태에서 물놀이한 나의 잘못이거늘... 천국과 지옥을 맛본 여름휴가 후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고해성사 똥멍청이!) 한번 시작해보겠음!!!
◆ 럭셔리 호텔 브랜드 집합소 - 랑카위
말레이시아 최북단에 위치한 랑카위는 99개 섬이 모여 있는 군도다. 99개 중 사람이 사는 섬은 단 두 곳뿐. 나의 여름 휴가지는 바로 이곳 랑카위다. 랑카위에는 포시즌스, 세인트레지스, 리츠칼튼, 웨스틴, 럭셔리콜렉션 등 기라성 같은 월드와이드 호텔 리조트 브랜드가 포진해있는데, 이중 포시즌스와 세인트 레지스를 골랐다. 가격과 도시와의 접근성, 전용 해변의 유무 등 다방면을 고려한 결과였다. 리츠칼튼은 1박에 100만원 가까이 해서 너무 부담스러웠고 오픈한지 얼마 안 돼 어수선하고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평도 있어서 제끼고~. 브랜드로만 놓고 보자면 럭셔리콜렉션이 1순위였지만 랑카위의 럭셔리콜렉션은 기대 이하라는 평이 많아서 일찌감치 제외시켰다.
포시즌스 랑카위 VS 세인트 레지스 랑카위
St.regis langkawi VS. fourseasons langkawi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비교해보자면
1. 가격- st.regis 승
2. 조식- st.regis 승
3. 수영장- fourseasons 승
4. 객실- fourseasons 승
5. Fnb- st.regis 승
6. 서비스- fourseasons 승
7. 위치- st.regis 승
8. 프라이빗 해변- fourseasons 승
총평에 앞서 브랜드에 대한 짤막 소개~
▷ 포시즌스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호스피탈리티 그룹 포시즌스는 1960년에 처음 세워졌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이사도어 샤프가 창업한 포시즌스는 모텔에서 시작해 점점 사업규모를 키워나갔고 현재 전 세계 100개가 넘는 최고급 호텔과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포시즌스의 대주주는 바로 그 유명한 빌게이츠! 2007년 빌게이츠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 알 왈리드는 포시즌스의 지분 95%를 인수했다. 빌 게이츠가 콕 집었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포시즌스가 특히 부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바로 색다른 체험 때문. 전용기로 전 세계 포시즌스호텔에 묵으며 여행하는 ‘프라이빗 제트 투어’가 대표적이다. 중국 만리장성에서 만찬을 즐기고 창덕궁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등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개인적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포시즌스 프라이빗 제트 투어에서는 가능하다는 놀라운 사실.
▷ 세인트레지스
세인트레지스는 미국 호텔 기업인 메리어트 계열에 속한다. 세인트레지스가 메리어트 계열로 편입된 것은 최근의 일. 본래 세인트레지스는 스타우드 호텔&리조트의 브랜드였는데 2016년 메리어트가 스타우드를 인수합병하면서 메리어트의 브랜드가 됐다. 리츠칼튼, 웨스틴, 럭셔리콜렉션 전부 메리어트의 브랜드다. 출신 성분을 파고들자면 리츠칼튼은 메리어트, 나머지는 세인트레지스와 마찬가지로 스타우드의 브랜드였다. 자 다시 세인트레지스로 돌아가자. 세인트레지스가 처음 생겨난 것은 1904년의 일. 뉴욕에 1호점을 열고 체인을 넓혀가다가 1999년 스타우드 그룹에 인수됐다. 세인트레지스는 메리어트가 보유한 30개 브랜드 중 최상위에 속한다. JW 메리어트와 리츠칼튼 그리고 세인트레지스가 메리어트 내 클래식 럭셔리 그룹에 해당한다. 세계 최대 호텔 그룹의 최고 럭셔리 브랜드라... 짧은 설명만으로도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세인트레지스는 국내에 없는 브랜드라서 조금 생소하고 희소성이 있다. 그래도 온라인을 찾아보면 많은 분들이 다른 나라의 세인트레지스 후기를 올라와있다. 특히 동남아 휴양지를 갈 때 많이 이용하시는 것 같다.
세인트레지스는 처음이었고 포시즌스는 재방문이었다. 포시즌스는 3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그때와는 달리 객실 그레이드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큰 불편함 없이 2박을 보냈다. 반면 세인트레지스는 어떤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딱히 기대할 것도 없었다. 24시간 언제든 원하면 커피와 티를 가져다준다는 버틀러 서비스는 조금 궁금했다. 세인트레지스의 대표적인 서비스인데... 호텔에 머물면서 새벽에 차를 마실 일이 얼마나 있을까. 개인적으로 약간 부담스럽다. 그래서 안해봤다. ㅎㅎㅎ
포시즌스 직원들은 이용객에게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천혜의 자연 속에서 직원들의 과도한 서비스 또한 방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인 반면 세인트레지스는 조금 과할 정도였다. 포시즌스에서는 수영장에 입장했을 때 얼음물과 과일을 서비스하고 조금 이따 홈메이드 아이스크림을 가져다주는 정도였다. 그 외의 시간엔 일절 손님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반면 세인트레지스에서는 생수 외에 제공되는 것은 없고 대신 수시로 와서 뭐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봤다. (무언가 음료를 시켜 먹으라는 무언의 압박 같이 느껴졌다... 솔직히... 아직 이런 럭셔리 서비스가 불편하다 ㅎㅎㅎ 마치 옷가게에 갔는데 자꾸 쫓아와서 이것저것 추천하고 말시키는 점원처럼 말이다)
가격은 포시즌스가 더 비쌌다. 포시즌스는 얼리버드로 1박에 약 600달러였고, 세인트레지스는 500달러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공식 홈페이지 기준.
세인트레지스가 좋았던 건 조식이었다. 세상에, 저는 이런 조식은 처음이었다. 기본적으로 뷔페가 차려지는데, 일품요리(알라카르테)도 무료로 주문해 먹을 수 있었다. 계란후라이나 오믈렛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된 요리가 나오더라. 작은 양이지만 호주산 안심 스테이크와 나시고렝 그리고 말레이시아 사테 꼬치 요리까지,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날마다 셰프 특선 요리가 바뀐다. 메뉴판에 따로 적혀있지 않고 직원들이 카트에 싣고 돌아다니면서 테이블마다 추천해준다.
해변은 포시즌스가 좋았다. 세인트레지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항구가 있었다. 그렇다고 막 물이 더러운 것은 아닌데 조금 탁했다. 우리나라 서해랑 느낌이 비슷했다. 썰물 밀물 차이도 큰 편이었다. 반면 포시즌스는 동해바다 같은 느낌이었다.
객실은 솔직히 비교가 불가능하다. 포시즌스는 기본적으로 독채 형태다. 말레이시아 전통가옥 한 채에 기본 객실 두 개가 들어앉아있다. 반면 세인트레지스의 외관은 현대적인 건물. 세인트레지스에도 독채 빌라는 있다.
다음은 수영장. 가족 여행객이라면 세인트레지스가 좋을 것 같다. 패밀리 풀이 딱 하나 있는데 수온이 차지 않아 좋았다. 반면 포시즌스는 성인 전용풀이 별도로 있다. 패밀리 풀에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이용할 수 있지만 성인풀은 어른만 이용 가능하다. 수심도 깊고 물도 차가워서 수영할 맛이 나더라.
다음은 위치 평가다. 포시즌스는 정말 외지다. 리조트가 위치한 탄중 루 해변은 보호지역인 킬림 카르스트 지오포레스트 파크에 속한다. 보존지구로 설정된 구역이라 개발 자체가 금지돼 있다. 반면 세인트레지스는 랑카위 최고 번화가인 쿠아타운까지 자동차로 10분 걸린다. 포시즌스에서 쿠아타운에 가려면 최소 30분이 소요된다.
아 참! 세인트레지스에 투숙하면 랑카위 공항에 있는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쉽게도 체크아웃할 때 아무도 말 해주지 않았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사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게이트로 가는 길에 우연히 라운지를 발견했다. 비행기 타기 15분 동안 라운지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미리 알았으면 스타벅스에서 헛돈 안 쓰고 곧장 라운지에 왔을 텐데... 많이 아쉬웠다.
정리 1. 비싼 호텔은 제 값을 하느냐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일정 부분 동의한다. 비싼 호텔은 비싼 값을 하더라. 포시즌스 랑카위에서는 넓은 성인 전용 수영장을 전세 낸 것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전통 가옥을 본떠 만든 객실에서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그림 같은 전용 해변은 말할 것도 없다. 세인트레지스에서 먹은 조식은 제 인생 최고의 뷔페였다. 가성비보다는 가심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7월 제주도 OO호텔의 1박 가격은 최소 30만원 후반부터 시작한다. 사람이 하도 몰려 제대로 된 서비스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로비를 가득 채운 물놀이 인파도 엄청나다. 쉬러 갔다가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그런 불만은 없었다. 이용객들이 적당히 분산되는 느낌을 받았다. 수영장도 한산했고, 선베드 자리를 잡기 위해 추가 요금을 지불하거나 눈치싸움을 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여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호텔에 갔더니 현지 직원이 6~7월이 랑카위 여행의 비수기라고 하더라. 그래서 사람이 없다며 날을 잘 골랐다고 귀띔했다.
번외. 내년에도 동남아 럭셔리 여행을 할 건가?
흠... 고민이 된다. 사실 난생 처음으로 휴가를 가는데 비즈니스 티켓을 질렀고, 거금을 들여 6성급 호텔을 예약했다. 이게 다 여행적금덕분이다 ^^. (저는 만기 해지와 동시에 1년짜리 여행적금을 바로 들었답니다.) 어쨌든 열심히 돈을 모은 결과 좀 더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만 내년에 또다시 럭셔리 여행을 할는지는 미지수다. 확실히 비행기는 비즈니스가 좋더라. 시차가 얼마나지 않는 다는 것도 동남아 여행의 큰 매력이다. 하지만 저는 휴양지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아직까지는 하루 일정 빽빽하게 계획해 이것저것 다양하게 보고 돌아다니는 여행이 좋다. 동남아 럭셔리 여행은 나이가 좀 더 든 후에 가도 될 것 같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내년 여행은 아마도 유럽? 또 1년 열심히 돈을 모아 항공편은 비즈니스로 하고 현지 물가를 감안해 숙소는 저렴한 곳으로 잡는 전략을 짜야겠다.
그리고... 화상... 으이구 이 화상아...
세인트 레지스에서 놀다가 일광화상을 입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해에 오랜시간 노출돼 화상을 입는 거 말이다... 진짜 너무 아팠다. 여행 마지막 날에 어깨 쪽에 물집이 차오르더니 쓰라려 잠도 제대로 못잤다. 한국에 오자마자 응급실 행 ㅠㅠ 결국 화상 전문 병원에 가서 치료 받고 돈 50만원 정도 깨지고 37, 38도 육박하는 여름날 어깨와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삼일을 버텼다... 하... 매년 여름 휴가마다 래쉬가드를 입고 놀다가 올해는 너무 덥고 답답해 벗어버렸다. 물론 자외선차단제를 바른다고 발랐는데 사각지대라는 게 존재하더라... 다른 부위는 물집까지는 안생겼는데 어깨 쪽에 물집이 정말 손바닥만하게 잡혔다... 병원에서도 이정도면 심각하다고 했다. 다행히 흉지지는 않았다. 휴... 앞으로 정말 조심해야지 특히 동남아에서 물놀이할 땐 더더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