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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남몰래 하는 일

지금 내가 그러하다

by 지김홍

나는 지금 회사 사무실에서 남들 몰래 OOO을 하고 있다.


브런치를 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누군가의 욕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동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신건강에 이롭다. 그렇지만 그런 짝꿍 구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 그래서 나는 가끔 혼자 쏟아낸다. 대학시절엔 미니홈피 다이어리가, 얼마 전까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그러했고 지금은 브런치에 옮겨오는 중이다.



하극상은 안돼

- 얼마 전에 겪은 황당한 일 하나.


- 긴 출장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했다. 일주일 정도 자리를 비웠지. 직업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다.(고 할 수 있나? 두 달에 한번 꼴? 암튼...) 회사를 옮기고 아직 1년이 안됐는데 지금까지 3회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매번 직장 동료들에게 줄 작은 선물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다녀온 그 해외 출장은 달랐다. 일정도 워낙 빡빡한 데다 면세점에서 쇼핑할 시간도 없었다. 비행기가 지연돼 연결 편을 놓칠까 봐 공항에서 냅다 달린 기억밖엔 없다. 여하튼... 그런 상황은 나만 아는 거고... 나는 빈손이었다.


복귀를 하고 그다음 날. 직장 꼰대 하나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회사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지. 빈손으로 오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나의 험담을 했단다. 세상에... 8년 직장생활 중에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본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한 직원이 반발을 했고 언성이 높아진 나머지 그 꼰대는 대드는 직원을 회의실 밖으로 쫓아냈다. 그렇게 벌어진 하극상.


이직하고 1년이 안됐지만 회사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간절해졌다.


가 족같은 분위기

회사가 참 젊다. 시니어가 있고 내가 주니어급 정도 그리고 절반 정도가 20대다. 20대 후반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회사. 냅두면 알아서 잘 할 아이들에게 회사는(특정 사람) 가 족같이 대해준다. 사사건건 참견하고 말도 안되는 잔소리를 한다. 가장 할일 없는 사람의 가장 큰 업무다. 잔소리...


회사에 나와 소꿉장난을 한다. 조카뻘? 잘하면 아들 딸 같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매번 이틀에 한번꼴로 회의를 소집한다. 되도 않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이 그 꼰대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다.



담보는 목숨줄

버릇처럼 너의 인사권과 평가는 나에게 달렸다고 말하는 꼰대. 뭐하는 짓인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직원들은 아직까지 밝고 희망차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더러는 나간다. 자의든 타의든...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볼 때마다 나는 씁쓸하다. 실력 있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니 최소한의 예의도 지켜주지 못하는 꼰대들을 볼 때마다 나는 씁쓸하다. 최악은 나의 밥그릇을 뺏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보호막이 먼저 발휘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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