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vs 브런치 vs 인스타 vs 페북...그리고 싸 이 월 드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를 환불해주고 있다.
나는 환불받을 도토리가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보는데 생각날 리가 없지
마지막으로 싸이월드를 접속했던 때가 언제였지?
아마도 싸이월드가 없어진다는 뉴스를 보고서였을텐데...
남들은 다 사진을 저장해야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 안에 다이어리가 더 소중했다
페이스북으로 옮겨가기 전
재수생 시절 그리고 생각만 많던 대학생 시절
나의 감정 쓰레기통이 돼줬던 건
싸이월드 다이어리였다
언젠가는 다이어리의 '주옥같은' 글들을 모아
꼭 책으로 만들어야지
라고 다짐만 몇번을 했는지 모른다.
ctrl C + ctrl V
단순노동을 반복하면 끝날 일이었는데
결국 하지 못했고(아니 안했고...)
나의 흑역사는 그렇게 싸이월드와 함께 묻혀버리는 줄만 알았는데
또 뉴스가 나온게 싸이월드가 복구된댄다.
(대체 되는 거야 마는 거야 뉴스만 나오고 소식은 감감)
언젠가 일기장이 내 감정 쓰레기통이 돼준 시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열정도 참 대단하다.
지금처럼 (페북이나 인스타 피드처럼)
누가 읽기를 바라고 적은 것도 아니고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내 지금 감정과 내 생각 그리고 나름의 철학도 담았다.
공강 시간 빈 강의실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새벽 3시 방에 우두커니 누운채로,
장소도 가리지 않고
하고싶은말이 있으면 곧바로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열어 적어내려갔다
무언가에 '화'를 내는 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마저도 그 '화'의 대상은 나 자신일 경우가 많았지
왜 다시 일기를 쓰려고 하는 걸까
네이버가 얼마 전 #오늘일기라는 블로그 챌린지를 시작했다
'일기 템플릿'을 추가하면서 이벤트를 벌인 것인데...
네이버의 뜻은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다시 일기를 시작하려는 이유는
그냥 다시 '뱉어낼 곳'이 필요해서
이렇게 멍청하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년차 직장인
현대카드 광고의 반복적 일상처럼
집-회사-집-회사
로봇처럼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더이상은 못 참아주겠다
차라리 머리라도 쓰고
생각이라도 하자
생각은 간단하잖아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힘이 들지도 않는다
하루에 하나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 거다
꾸며내지 않고 멋부리지 않고 그냥
내가 지금 생각하는 날것 그대로를 적어내려가보자
'척'하지 않고
멋지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나 혼자 볼 건데'라는 생각으로
내 머릿속을 들여다본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다시 일기를 시작해야지
참, 왜 일기를 이런 공개적인 데다가 적냐고?
사실 이걸 적기 전에도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봤는데
싸이월드 시절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딱히 답은 못 내렸다
좌물쇠 달린 일기장 대신 누구나 검색하면 다 볼 수 있는
온라인 세상에 글을 올린다는 게
어쩌면 엄청 이중적이기도 한데...
약간은 누가 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는 건가?
뭐 누군가 보고 공감을 해준다면 그것도 의미있겠지만
그런 거 없어도 혼자만의 만족이면 된다
남의 마음에 드는 글들은 더 정성스레 다듬어서
인스타나 페북에 올리면 되니까
일단 여기서는 '나' 자신에 더 집중을 해봐야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