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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썬맨 Nov 25. 2015

쉼표는 있어도 마침표는 없다

5년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준비하며

5년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 마지막날, 나는 계속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나 대신 직장동료 혜란이가 이별의 눈물을 흘려주었다.)


그만둬야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기때문에 나는 괜찮을거라고 생각했고, 곧 아내와 전주로 여행을 떠났다. 전주에 도착했을때, 나는 지난 5년간의 내 삶의 습관들이 나를 얼마나 좁은틀에 가두고 있었는지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전주에 도착한 이후 2~3일간 마음이 참 많이 힘듦을 느꼈었다.


1. 평일날 다들 일터로 떠났는데 나는 갑자기 프리하다는 것(뭔가 보잘것없는 삶처럼 갑자기 느껴졌었다.)


2. 더이상 나의 하루가 나의 가치만큼의 금액으로 매겨지지 않는다는 것(월급이 없다는 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선뜻, 어떤한 변화를 하고싶어도 과감히 하지못하고, 늘 안정적인 길이 주어진 뒤에서야 당당하게 움직일 수 있는거구나 이해가 되었다. 직장을 옮길때는 그냥 그만두지 말고 미리 어디갈지를 다 마련하고 난 뒤에 당당히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가야 마치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문화를 여러 회사를 보며 경험했다.


정든 회사를 떠나던 마지막날

전주여행 3일째 되던 날 밤 아내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아내가 해준말 중 핵심은 내가 어디를 다니는 얼마버는 누구라서 사랑하는게 아니라 그냥 자신을 사랑해주는 나라서, 또 지금옆에 늘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어서 사랑하다는 말이었다. 그 말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그때 문득 생각해보았다.


학교 수업도 50분 수업하고 10분 쉬고, 공장도 1시간 돌아가면 10분 쉬는데, 우리삶의 쉬는 시간은 언제일까?


선진국의 수많은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를 바로가지 않고, 1년간의 갭이어를 갖는다고 한다. 이 시기동안 자기들이 하고싶은 삶을 마음껏 경험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수능 점수대로 취직 잘되는 과에 들어가서 바로 학업을 이어가고 군대갔다오면 복학해서 취업점수 만들고 취직하고나면 결혼 준비하는 우리나라의 문화랑은 참 많이 다르다.


왜냐면 우리는 취직까지 순서대로 흘러와서 한 3,4년이 지나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부조리는 뭔지, 좋은건 뭔지, 일복이 터져 머리가 깨일때 쯤에서야 '나는 누구지?' ,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이지?' ,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기 때문이다.


쉼표는 있어도 미침표는 없다. 참 감명깊게 읽은 한 사업가가 쓴 책 제목이다.


나는 아내와의 꿈프로젝트 세계일주를 위해 과감히 내 인생의 쉼표를 하나 찍었다. 그리고 그 쉼표를 받아들이기 위해 몇일간 큰 열병을 앓았다. 하지만 지금은 더이상 그때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꿈프로젝트를 위해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매일이 새롭고 감사한 순간의 연속이다.


쉼표를 찍었지만 아직 내 인생의 문장은 끝나지 않았고, 마치 설명문 같았던 이전의 삶에는 없었던 감탄사가 유발되는 삶의 문장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샘솟는다.


하던것을 멈추고, 떠나는 누군가들처럼 어리론가 일탈을 해야 삶이 행복해 지는것은 절대 아닌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하다? 좋아하는 일이 내가 생각하기엔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왜 좋아하는지 그래서 그 좋아하는 일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좋아하는 일은 금새 힘든 일이 될 것 같다. 좋아한다는 이유는 밑도끝도 없이 마냥 좋은게 아니라 어떠한 힘들때도 견딜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어주어야 한다.


쉼표는 있어도 마침표는 아직 멀었다.


멋진글은 아니지만, 결국 내가 하고싶은 말은 우리 각자의 삶에 각자의 상황과 형편에 맞는 쉼표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내게 늘 방향이 되고 힘이 되어주는 아내에게 참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다는 것이다.


사랑해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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