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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썬맨 Nov 23. 2015

사랑할 수 있을까?

나도 그들처럼 이쁜 어른이 되고싶다.

폴란드 바르샤바로 가는 야간버스를 타기 직전이었다.


분명 아까전에 지나갈땐 2,500원 하는 케밥집이 문열었었는데 버스정류장에 가니깐 이미 문닫고 편의점만 열려있었다.


할 수 없이 음료수는 편의점에서 사기로하고 10분정도 떨어진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만 사왔다. 음료수는 편의점에서 사는게 더 싸니깐. (장기여행자는 스스로 알뜰해져야 한다며)


그런데 그사이 편의점마저 문을 닫았다. 이런! 출발까지는 이제 15분. 아무래도 목막히면 체할수도 있고하니 내가 달려가서 음료수를 사오겠다고 아내에게 말했고, 우리는 여행중 처음으로 서로 떨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아까전에도 거지청년이 돈달라고 계속 보채는 바람에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는데, 터미널 게이트에 같이있는 분들께 부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내를 혼자두는게 불안해서 전속력으로 맥도날드로 달려갔다.


"퐌타 주세요. 퐌타. 빨리요!"


급한 마음으로 음료수를 사는 1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내눈에 참 귀엽고도 이쁜 광경이 들어왔다.


두분의 모습이 참 이뻐보였다.

수십년은 함께한듯한 할아버지 할머니 두분이 커플색깔로 백팩을 메고, 커피를 사기위해 동전을 세고있는 모습이었다.


수많은 세월을 함께보낸 부부가 두손잡고 여행을 다니는건 어떤 기분일까? 우리 엄마 아빠가 저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과 함께 마음속에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렇게 나이가 들어도 이쁘게 사랑할 수 있을까?"


"여기 퐌타요!"


우리의 퐌타가 나왔다. 나는 깜깜해진 밤공기를 뚫고 빛의 속도로 아내에게 달려갔다.


정말 잠깐 떨어져 있을뿐인데, 낯선환경과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불안감은 서로에대한 애틋함을 최고조로 만들어준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차 공격으로 산 햄버거와 퐌타를 먹고, 무사히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버스안에서 아내와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가방은 꼭 커플로 매야지. 신발도. 두 손은 꼭 마주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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