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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리코더, 국악과 만나다

가을 저녁, 음악이 건넨 따뜻하고 신나는 에너지를 받았다.

by 신선

평일 저녁,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는 가을날.
지인의 초대로 리코더 합주 공연을 들으러 갔다. 하루의 피로가 조금씩 내려앉던 시간,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묘한 설렘이 밀려왔다.

리코더는 초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손에 쥐어본 익숙한 악기다.
우리 집에도 초등학생 딸이 가끔 부는 소프라노 리코더와 알토 리코더가 있다. 그래서 솔직히, 리코더 합주라 해도 다소 단조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을 뒤집은 리코더의 세계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무대 위에는 피리처럼 생긴 작고 날렵한 리노 리코더부터, 사람 키만큼 큰 베이스 리코더까지... 크기와 음색이 제각각인 리코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총 여섯 가지 종류의 리코더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맑고 부드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경쾌하고 힘찼다.

곡이 바뀔 때마다 리코더의 표정도 달라졌다.

잔잔하게 시작했던 무대가 어느새 신나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국악과 만난 이색적인 하모니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은 리코더가 국악과 만났을 때였다.

가야금과 해금의 깊은 울림, 그리고 장구의 ‘덩기덕 쿵덕’ 리듬 위로 리코더의 맑은 선율이 더해지자, 객석의 분위기가 확 달아올랐다.특히 국악의 장단과 어우러진 리코더의 연주는 잊기 어려웠다.

'아름다운 나라', 아리랑'등 익숙한 곡들이 리코더의 숨결로 새롭게 피어났다. 가을의 정취 속에서 울려 퍼진 그 음악은 한편으론 따뜻하고, 한편으론 들썩이는 기쁨으로 가득했다.

초등학교 때 익숙하던 그 박자들이 이렇게 신나고 세련되게 어우러질 줄은 몰랐다.


마음속 먼지를 털고, 흥을 채운 시간

그 소리는 마음속 먼지를 털어내듯 맑게 스며들면서도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과 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음악이 건네는 고요한 울림과 신나는 에너지,
그리고 가을의 향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가을 저녁의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음악은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작은 축제가 된다.

그날의 리코더 소리는 내 마음에 오래 남아

조용한 날엔 위로로, 바쁜 날엔 흥으로 다시 들려온다.


혹시 가을날 같은 위로와 에너지를 받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유투브 공연을 링크합니다.


https://youtu.be/EsXUhrhHI6U?si=Pdq_vdLtVaMLMl1c

라온리코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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