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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위키드: 포굿" 을 보고..

《위키드: 포굿》가 알려준 우정, 변화, 그리고 선한 영향력

by 신선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영화위키드: 포굿 WICKED: For Good 를 보았다.

화면 캡처 2025-11-24 141325.jpg

지난해 11월 위키드영화를 본 뒤 거의 정확히 1년.

그 긴 인터미션을 지나 마침내《위키드: 포굿》스크린으로 만나는 이야기는,

1년 전 그 때의 감동을 다시 깨우기엔 충분히 기다릴 만한 시간이었다.


어렸을 적 읽었던《오즈의 마법사》는 내게 매우 익숙한 세계였다.
책으로, 만화영화로, 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와 함께 여행하던 그 풍경들.
하지만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위키드》는 같은 세계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다.
오즈의 2차 창작이지만, 오래된 이야기 뒤편에 숨겨진 또 하나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
오즈의 마법사 속 인물과 위키드의 인물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도 있었고,
그 다른 시선이 주는 따뜻함이 나에겐 더 깊이 남았다.


알파바와 글린다,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다


영화는 알파바와 글린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두 사람은 태생도, 환경도, 성격도 모두 다르다.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띄는 초록빛 피부를 가진 이방인 알파바, 모두의 사랑을 받는 빛나는 인기쟁이 글린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그들은 서로의 결핍을 알아보고, 서로가 갖지 못한 힘을 발견하게 된다.


글린다는 알파바에게 말한다.
당신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 놓았다고.
누군가에게 ‘착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진짜 용기는 옳다고 믿는 길을 택하는 데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알파바 역시 고백한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세상에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믿는 일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걸 몰랐을 것이라고.
상처와 외로움 속에서 단단해지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다는 것을
글린다를 통해 처음 배웠다고.


For Good — 영원히, 그리고 더 좋은 방향으로


“For Good”이라는 노래가 나오고 가사가 같이 번역되어 나오는데,

처음에 ‘더 좋은 방향으로’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 자막에는 "For Good"이 '영원히'라고 번역되어 있었다.
순간 멈칫했다.

나는 그동안 이 노래를 ‘선함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 표현 for good은 실제로
‘영원히’,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이라는 뜻을 가진다.

그 차이를 알게 되는 순간,
이 문장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Because I knew you,
I have been changed for good.

“당신을 만났기에, 나는 영원히 달라졌어요.”
그리고 동시에,
“당신 덕분에,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었어요.”

두 가지 의미가 겹쳐 있는 그 문장은 오히려 더 아름답고 더 떨리는 말이 되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통해 변화하는 순간은 대개 조용하게 찾아오고,

때로는 아프고, 끝나고 나서야 그 의미를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그 변화만큼은 영원히 남아 우리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

알파바와 글린다는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변화는 완벽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서로의 삶에 분명하게 남은 영원한 흔적이었다.


알파바는 글린다를 통해 세상을 완전히 미워하지 않는 법,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웠고,

글린다는 알파바를 통해 진짜 용기란 무엇인지, 착한 이미지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삶에도 ‘For Good’이 있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생각보다 오래 남는 사람.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아도 마음의 방향을 살짝 틀어준 사람.
그리고 때로는 이별의 순간에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는 사람.


“For Good”은 결국 이렇게 말하는 노래다.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었어요.
당신 덕분에 제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어요.


나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 역시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그런 사람으로 남기를 바란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에게
“당신 때문에 제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어요”라고 말해준다면
그 한 문장만으로도,
그걸로 참 충분한 인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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