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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외계인 Jun 13. 2020

엄마랑 아이랑 단둘이 여행합니다.

아이와 여행하는 엄마 여행자들을 지지합니다

아이와 여행하며 일하며 육아한지
딱 2년째에 접어든다.


14개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주렁주렁 짐을 이고 공항에 홀로 출입국심사를 받던게 딱 요맘때쯤이었다. 여행을 업으로 둔 나는 일도 육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 많은 워킹맘이고, 말 그대로 아시아 구석구석을 아이와 함께 출장겸 여행겸 그렇게 '여행육아' 중이다. 아이가 세돌 하고 4개월이 된 지금 어느새 딱 2년차에 접어든다. (순간 시간개념을 아이 개월수를 기준하는 내 스스로가 뭔가 진짜 애엄마 같이 느껴지는건 뭐지? 뭐 좋다는 것도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주변 또래 육아맘들은 아이랑 여행가서 부럽다고도, 동시에 어떻게 애를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하냐고 궁금해들한다. 아직 미혼인 여자친구들은 어떻게 결혼해서도 하고싶은거 다 하면서 사냐며 (속모르는 소리다) "YOU ROCK"이라며 치켜세워주기도 한다. (얘들아 이거 칭찬 맞지?........) 


'여행이 일이라니 좋겠어요' 혹은 '아이랑 함께해서 부럽네요' 등 주변 다수의 긍정적인 코멘트들도 많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여행 중 가장 많이 들은 말은 'Where is your dad?'였다. 적어도 내가 예상했던 바는 아니었다.


아빠는 어딨니?....


'한국에 있어요.' '회사 갔어요' 라고 대답하고는 어색하게 씨익 웃어본다. 어째서인지 대답하면서도 묘하게 찝찝하다. 상대는 엄마와 어린 아이가 타지에 있으니 그냥 물었을 수도 있고 대게 그렇듯 별다른 의미 없이 가족 구성원을 묻는 질문일 수도 있다. 근데 왜 자꾸만 나는 남편이 고생해 번 돈으로 아무것도 기억 못 할 어린 애를 유모차에 태우고 여행 다니는 극성 맞은 엄마가 된 기분이 드는 것인가. 


왜 내가 아이와 여행 다니는데 애 아빠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들 하는 걸까? 모든 애 키우는 여자는 남편이 있을 거란 혹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쫌 시대착오적이지 않은가. 그것도 요즘같은 세상에!

보호자를 묻는 반복된 질문은 마치 수능시험 언어영역 문제풀기하듯 내게 질문이 내포한 숨은 의미가 무엇일지 찾아야만 할 것 같다. 내가 예민한건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솔로라고 할까?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왠지 솔로인 엄마라고 하면 차라리 동정표(?)라도 얻지 않을까 상상해보다 이내 아이가 부르는 '엄마' 소리에 정신을 차려본다. 


결혼 전 20여 개국을 혼자 여행했었다. 그때는 아무도 엄마 아빠가 어딨는지 묻지 않았다. 정작 혼자 여행할 적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아이와 단둘이 다니니 되려 자주 들려오는 내 보호자를 묻는 질문… 내가 아이의 보호자인데, 왜 자꾸 보호자를 묻는 걸까. 그 다음 질문은 짜여진 각복처럼 예측가능하고, 세트메뉴인마냥 꼭 따라온다. 


"남편이 허락해요?" 

"애 데리고 그 멀리 간다고요?" 


나는 지금 출장 중이라고, 여행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 여행이 아니라 출장이라고. 기다렸다는듯이 준비된 대답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다. 그리고 돌아서서는 내내 내가 왜 그렇게 구차하게 설명을 늘어놨지 싶은 기분이 들어 찜찜하다.

제가 출장 중이라서요.
(= 이건 제 여행입니다만, 신경 꺼주세요.)


실망시켜드렸다면 미안하지만 나는 내가 번 돈으로 여행 가고, 남편 여행도 내가 책임진다. (여행을 업으로 둔 와이프를 둔 그의 복이라고 해두자.) 무엇보다도 내 여행을 보호해줄 자는 바로 ‘나’다. 나는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한 미성년자도 아니다. 자유의지에 따른 의사결정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배웠고, 그건 남편을 둔 '엄마 사람'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게 필요한 건 허락이 아니라 ‘동의’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배웠다. 평등한 부부관계에서 필요한  누가 누구에게 '허락' 아니고 '동의'라고.)

내게 필요한 건 '허락'이 아니라 '동의'다.


그래서일까. 가끔 공항이나 여행지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엄마 여행자를 볼 때면 왠지 모를 연민과 함께 일종의 동지의식을 느낀다. 유모차를 끌고 현관 밖을 나서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지 알법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러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나처럼 그녀들 역시 엄마로만 살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여행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아이를 데리고 집 밖을 나오는 그 험난한 여정을 선택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그래서 나는 아이와 여행하는 엄마 여행자들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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