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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Dec 13. 2023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누가 묻는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가 뭐니?  한 가지를 고르려고 하니, 바로 이것 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다. 밥 냄새, 밥이 다 되었다고 알려주는 향기, 밥을  풀 때마다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다. 왜 내가 이 냄새를 좋아하지?


  밥냄새는 외할머니를 생각나게 한다. 어렸을 때 외할머니댁은 집이 작고 옛날집이라 방에서 마루로 나갈 수도 있지만 작은 문이 하나 더 있어서 부엌으로도 갈 수 있었다. 방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외삼촌이 사용했다. 우리 형제들이 가면  큰방에서 할머니랑 같이 자고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할머니께서 달그락달그락 식사 준비하시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고, 곧 밥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할머니께서는 우리를 깨웠다.


  “상들어간다, 나가서 어서 세수하고 들어와.” 우리가 이불을 개고 방문을 열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오면 밥상이 들어와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에 계란 프라이가 우리 숫자만큼, 그리고 두부구이, 구운 김에 간장과 참기름종지가 늘 올라오는 반찬이고, 거기에 계절에 따른 김치가 다였다. 그 따끈한 밥이 그리 맛있었다. 이상하게 집에서 엄마가 해 주시는 밥보다  반찬수도 적은데, 그리 달게 먹었을까? 특히 밥을 잘 안 먹는 아랫동생도 외갓집에서는 밥을 남기지 않았다.


  지금도 어쩌다 동생들과 외 할머니 얘기할 땐, “정말 밥이 맛있었어, 이유가 뭘까?” 한다. 솥이 커서일까? 지금처럼 압력밥솥도 전기밥솥도 아닌 연탄에 불 조절 해 가면서 밥을 해야는데.. 어찌 그리 맛났을까? 그리고 따라 나오는 숭늉은 어떤 맛난 음료라도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게 할머니께서 해 주신 음식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우리는 방학이면 할머니께 가서 며칠씩 지내다 왔다.  지금 생각하니 외할머니가 당신  딸을 좀 편히 해 주시려고 그러신 거 같다. 우리가 오 남매였으니 적은 숫자는 아니다. 나는 셋을 키웠는데도 정신이 없을 때가 많았다. 외 할머니와의 추억도 많지만 할머니의 밥냄새가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다.

  늦은 나이에 아로마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점은 ‘향기는 기억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예전에 광고도 있었다. 한 여자와 남자가 마주 오면서 스치듯 지나가는데, 여성이 얘기한다. “옛 애인의 향기인데?” 그땐 그 광고를 ‘향수 선전하는구나’라고만 생각했다.

  아로마 공부를 하고 나니, 향기가 기억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밥냄새가 나면 외할머니가 떠오르듯!! 그런 일 없으셨나요? 어떤 향을 맡았는데 예전의 누군가가, 아니면 어떤 음식이  떠오른 일이 없었을까요? 그래서 향기는 참 중요하다. 우리의 소중했던,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과 기억을 불러온다. 밥냄새가 멀리까지 갔다. 당신이 가장 좋은 냄새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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