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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Dec 23. 2023

그대 뜻대로

자기가 가장 잘 알아요

  엄마가 사시는 아파트에서 리모델링 광고가 한창이다. 아파트 지은 지가 좀 되어서 한동안 재건축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러다가 대구에 신규 아파트가 너무 많이 지어지면서,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로 돌아섰다. 불편한 곳은 리모델링해서 살아보시라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사실 엄마는 십 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리모델링을 하고 들어와서 해당사항은 없지만, 그 당시가 떠오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살던 곳에서, 평수도 줄이고 북대구 쪽으로 이사를 가셨다. 아들이 서울에 있으니 오가는 길을 조금이라도 가깝게 하고자 그쪽으로 가셨다. 하지만 그 사이 몇 번을 왔는지…

 십 년을 계시다가 이사를 결심하셨다. 더 기다릴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셨다.  연세는 더 드시고 거기서 시내길도 멀었다. 대구에는 나밖에 없고, 다니던 절도 가까운 남구 우리 집 쪽으로 이사를 오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베란다도 트고 올 수리를 한다고 하셨다.


  처음엔 혼자 사는데 베란다까지 트냐고, 적당히 하라면서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당신의 고집이 있어 말려도 듣지 않는 분이라 말문을 닫았다. 결국 하고 싶은 대로 리모델링을 다 하셨다. 지금 생각하니 다행한 일이다. 지금 뭔가 수리를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몸도 안 좋으신데!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엄마는 평생 기사 있는 차를 타셨고, 아버지가 퇴직하곤 아버지가 운전하시는 차를 타셔야 했다. 나이가 들면 남자는 집으로 들어오고, 여자는 더 밖으로 나간다더니 친정도 그랬다.  아버지 차를 타는 것이 불편하셔던 모양이다.


  그때 엄마는 62세였다. 하지만 운전을 배우겠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당신이 태워주면 되고, 또 혈압도 있으니 운전은 하지 말라고 말리셨다. 우리 오 남매 역시  말리다가,  저러다가 몇 번 떨어지면 그만두시겠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으시더니 한 번에 이론 실기에 다 붙으시고 의기양양하게 아버지 차를 가끔 몰고 나가셨다.


  그런데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엄마가 66세 때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그러니 엄마가 치매증상이 오기시작한 78세까지 혼자 운전하고 여기저기 잘 다니셨다. 처음에 운전하신다는 것을 말렸으면, 어찌할 뻔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저런 일을 겪고 난 후 나는 어지간하면 누가 뭘 한다고 해도 말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집 쪽으로 이사 오신 것도,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치매를 앓고 계셔서  거의 매일 들여다봐야 한다. 지난번처럼 북대구 쪽에 계셨으면 다니는 길이 얼마나 멀었을까? 엄마도 무언가 당기는 것이 있으셨나 보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안 보여도, 지나고 나서 그때 잘했지 하는 일들이 많은 것을 보면, 뭐든 말릴 일이 아니다.


  또 한 번은 두어 해 전 아이들이 가족사진을 찍자 고했다. 두 딸이 타에 있고, 할아버지 연세도 있으니 찍어두자 했다. 나는 ‘너희들 결혼하면 가족사진 찍으니 기다리자’ 고 하려다가, 자식 말도 들어야지 하면서 마지못해 사진을 찍었다. 가족사진이랑 각자의 프로필 사진도 함께 찍어주었다.  

 올해 초 아버님께서 갑자기 소천하셨다. 이렇게 빨리 쓰일 줄 몰랐지만  그때 찍었던 웃고 계신 영정사진을 올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하던지.


  그러니 이러 저런 일들을 겪으며 말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간다. 각자의 생각들이 다 있을 거고 본인이 가장 절실하다. 책임도 못 지면서 다들 얼마나 들 말리고 있는가? 그러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본인이니 네 뜻대로, 당기는대로 하고픈대로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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