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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Feb 03. 2024

엄마의 손편지

도시락편지에서 이어지다

  며칠 전 미국에 있던 큰 딸아이가 다녀갔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지만 돌아가는 시간이 되면 너무 아쉽다. 떠나기 전에, 딸아이 가방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메모 같은 편지를 가방에 넣어두었다. 길게 쓰지는 못했지만 딸아이가, 기차 타고 비행기 타고 다시 돌아가는 시간에 몇 번을 봤다고 한다. 


  나는 아이들이 세 명이다. 한참 학교 다니던 시절에 조양희작가의 도시락편지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감동이 많은 책이었다. 나도 아이들 도시락에 편지를 넣어주기 시작했다. 큰 아이가 가장 길게 편지를 받았고 둘째, 셋째 때는 학교 급식이 실시되면서 자동으로 편지도 중단하게 되었다. 그러서인지 유독 큰아이는 내 편지를 기다렸다. 

 초등학교 5학년때 학교에서 학생들 20명 정도 미국으로 연수를 보냈었다. 어린 나이에 먼 길을 가는 아이와, 보내는 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매일매일 한 장씩 볼 수 있도록 짧은 편지를 예쁘게 접어서 실에 꿰어주었다. 정말로 그 아이는 매일 한 장씩 빼서 보면서 잘 지내다 왔다. 그 편지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단다. 그러면서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면서 많이 뜸해졌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능하면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보내주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큰아이는 직장으로 미국에 4년 동안 체류하게 되었고, 둘째는 대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독일을 다녀오더니, 돌아와서 대학교를 졸업하고는 독일로 더 공부를 하러 갔다. 지금은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오고 가면서 만나는 시간이 짧고 너무 그립다. 언제든 헤어질 때는 늘 아이들이 찾을 수 있는 곳에 편지를 넣어두었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편지부터 찾는다는 얘기를 해준다.


  그런데 작년에 미국서 나오면서 편지 두고 오는 것을 깜빡했다. 길을 나오면서 아차 했는데 아니라 다를까 편지를 찾았나 보다. 공항에 도착하니 큰 아이가 묻는다. 얼마나 미안하던지.. 많이 섭섭해하는 눈치다. 그래서 이번에 왔을 땐 혹시 잊을까 봐 미리 편지부터 챙겼다. 늘 전화도 자주 하지만 편지는 또 다른 위로가 되는가 보다. 아이들과 같이 살았던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이미 더 길다. 그래서 손 편지는 엄마의 분신처럼 느끼는 것 같다.



  요즘은 카톡으로 문자도 화상통화도 언제든 가능하다 보니 손 편지를 잊고 지낼 때가 많다. 그러다 우연히 쪽지라도 받으면 참 감사한 마음이 드는 걸 보면, 편지 쓰기를 잊지 말아야 지 하는 생각을 한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받은 생일 카드는 잊혀지지않고 아버지의 친필이 그리워진다. 세월이 지나 아이들도 엄마를 추억할 때 나의 도시락 편지를 기억하겠지라는 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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