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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Jan 03. 2024

스토리가 있는 만두

향기로운 만두가 되기까지

  우리 집은 예전에 시어머님이 공무원으로 재직하실 때부터 설날을 양력으로 지냈다. 그동안 변화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요지부동, 1월 1일이 설날이다. 그러다 보니 음력설에는 조용히 쉬면서 만두를 많이 빚어 먹었다. 다들 좋아하고 묵은 김치를 많이 먹을 수 있기도 했다.


  만두를 만들 때는 조금 많이 만든다. 예전엔 식구들이 아홉 명까지 되었었고 빨간 날이다 보니 다들 집에 있어서 손 빌리기도 좋았다. 각자가 만든 모양이 다 다르니 , 먹을 때 자기 만두를 찾기도 하고 서로 누가 더 이쁜지 경쟁하기도 했다. 정말 누가 만든 건지 다 알정도로 다양한 모양의 만두가 나왔다. 그렇게 음력설에 만두를 빚고,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부추가 나올 때 또 만두를 만들었다. 부추를 많이 넣고 만들면 만두가 익을 때 나는 부추향이 참 좋아서이다.


  만두 하면 첫 번째 친정아버지가 떠오른다. 그날도 빚은 만두를 가지고 친정에 갔다. 마침 엄마가 막내 산바라지 한다고 서울에 가고 안 계셨다. 다른 반찬 몇 가지와 빚은 만두를  가지고 갔다. 반찬은 그냥 드시면 되는데 만두는 양도 많으니 나눠서 드시라 말씀드리며 방법을 설명했다. 보통땐 엄마가 늘 계시고, 또 딸이 네 명이다 보니 아버지가 부엌에 들어가실 일은 잘 없었다. 그러니 얼마나 서툴렀겠는가?


  “만두 먹는 방법이 많은데 어떤 방법을 알려 드릴까요?” 했더니 아버지는  군만두로 먹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조금 센 불에 한 면을 갈색으로 익히고 난 다음, 불을 약하게 하고 물을 조금 부어 뚜껑을 덮으시라고 했다. 어차피  살짝 삶아서 갖고 온 것이라, 그리하면 부드럽게 드실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나고, 만두 드셔봤냐고 여쭈었다. “먹긴 먹었는데 물을 많이 부었나 봐” 하신다. 그래서요?라고 물으니 “물만두가 되었지 뭐, 그래도 잘 먹었다.” 하신다.


  그게 내가 해드린 마지막 음식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엄마 없이 보름을 지내고, 서울에 머물렀던 엄마를 마중가는 길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으니 말이다. 그래서 만두 먹을 땐 어김없이 아버지 생각이 난다.  20년이나 지났는데도 아버지의 마지막 음식이 되어버린 만두가 잊히지 않는다.  만두 먹을 땐 마음이 안 좋을 때가 가끔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일추출법을 배우면서 무릎을 쳤다.


  두 번째 만두 이야기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아로마향을 추출하는데 비유해 준다. 만두대신에 페퍼민트잎을 넣고 찐다고 상상해 보라. 그러면 뜨거운 열기에 식물이 숨겨둔 오일낭이 터지게 된다. 오일과 수증기가 함께 나오는 것을, 냉각 코일을 거치게 하면 수증기가 물이 된다. 다행히 물과 오일이 섞이지 않아서 동동 뜬 오일을  추출해 내고, 오일이 목욕한 그 물은 하이드로졸이라 하기도 하고 그냥 워터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화장수 뒷면에서 볼 수 있는 로즈워터나 라벤더워터등이 오일을 증류하면서 나온 물이다.


  이 이야기를 아로마 수업할 때 하면서부터 만두를 대하는 나의 마음이  밝아지고 향기로워진다.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만두 이야기를 한다. 가족들과도 행복하게 만두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와의 추억도 향기 나는 기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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