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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May 23. 2024

내 키는 세 번이나 바뀌고

키가 얼마신가요?

  엄마의 동창분이고 남편의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우리 부부를 만나게 해 주셨다. 당시 남편은 첫 선이었다. 다른 분이 소개하는 사람보단 당신의 선생님이 소개하는 자리를 먼저 나가겠다 해서 나와 만나게 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강사를 하고 있어서 이미 몇 번 소개자리를 가졌었다.


  요즘 ‘선’이라는 것을 보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들만 안 보는가?- 만나기 전에 몇 가지 물었다. 사실 나는 키가 크다. 나는 그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키가 작은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절대 키를 정확하게 말하지 말라고 하시며 내 키를 165라고 얘기했단다. 나는 키를 속이면서까지 만나고 싶지는 않다고 했지만 어쨌든 호텔 커피숍으로 가게 되었다.


  먼저 가서 자리에 앉아있었으니 별 얘기는 없었다. 두 분의 어른이 댁으로 가시고 둘만 남았다. 시내로 장소를 바꾸자 해서 나오게 되었다. 막상 서니까 좀 놀라는 눈치였지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차를 한잔 더 마시고 헤어지면서 집에 가서 연락하겠다고 했다. 남편은 집에 가서 “키가 좀 큰 거 같더라.”라고 얘기했더니 아버님께서 “키 큰 것이 뭐 흠이냐? 네 키가 그리 크지 않으니 2세도 생각해야지.” 하시면서 키 큰 것이 맘에 든다고 하셔서 남편은 아무 말 못 했단다.


  다음 날 우리는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앉아있을 땐 모르겠던데 서니까 좀 크시네요.”라고 말했다. 나는 키가 168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이 그리 얘기한 거라고 했다. 그도 “ 그렇군요 작은 키보단 낫죠.”라고 마지못해 응대해 주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날도 잡고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드레스도 입어봐야 하니까 샵에서 만났다. 옷을 갈아입을 땐 신발을 벗고 옷을 입으니 키가 비슷해 보였다. 드레스 샵 사장님이 “신부님은 그날 구두 신으시면 안 돼요. 실내화로 준비해 둘게요.” 하면서 남편에겐 키높이 구두를 신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얼떨결에 그리 맞춰놓고 나왔다.


  남편이 “내 키도 작진 않은 174인데 왜 그리 비슷해 보이죠? “ 한다. 할 수 없이 “사실은 172에요.” 말했더니 눈이 동그래진다. 엄마가 70 넘는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했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말을 해 버렸더니 적잔이 놀라면서  그래도 앉아있을 땐 그리 커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란다.


  그 일을 두고 남편은 한동안 나를 놀렸다. 친구들에게 “세상이 키가 세번이나 바뀌었다고, 속아서 장가갔다고..” 하지만 뭐 나쁜 거 보단 좋은 점이 많았지. 아이들 키높이 구두 안 신겨도 되지, 키 성장에 신경 안 썼지 심지어 커튼 떼어낼 때도 ”당신이  크잖아.”  하면서 안 도와주었다. 

 그런데 결혼사진 속에 둘의 키 차이는 그리 나지 않았다. 그런 거 보면 나도 속았지 싶다. 키높이 구두를 신겼는데도 비슷했으니 아무래도 174는 안될 거라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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