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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May 02. 2024

인향만리

당신에게선 어떤 향기가 나나요?

  봄이면 신이 나서 텃밭으로 쫓아다닌다. 얼어있던 땅에서 봄나물이 나오고 말라있던 가지에 물길이 틔이며 새순을 내어준다. 물론 이렇게 다니기까지 시간은 걸렸다. 처음에 텃밭을 포기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했으니 말이다.


  젊은이들이 설거지하기 싫어 시댁에 자주 안 간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이 나이쯤 되면 설거지는 일이 아니다. 처음 밭에 갈 때  풀 뽑기가 싫어서 농사 못 짓겠다고 했다. 지금은 풀 뽑는 일이 싫지만은 않다. 물론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풀들과의 전쟁이라고 말한다. 내가 밭일을 해야겠다는 선택을 했을 때 그냥 풀 반, 채소 반으로 살자라고 생각했다. 

 그들 또한 생명을 얻어 세상밖으로 나왔는데 굳이 채소랑 같이 올라오는 것이 아니면, 같이 살 자로 생각했다. 또 한 가지는 낮은 언덕이 가까이 있어 고라니가 가끔 내려와서 내 밭을 자기 집처럼 여길 때도 있다. 좋아하는 상추를 다 뜯어먹는다. 근처 텃밭 일하는 사람들은 다 망을 치셨다. 나는 달리 생각했다. 동물들에게 일부러 먹이 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와서 먹는 것까지 말리고 싶지는 않았다. 신기하게도  다 먹고 가지는 않는다.


  여기까지 타협을 했으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채소를 심은 곳, 봄나물이 올라오는 곳에 , 같이 나오는 풀들은 잡아야 한다. 처음엔 도대체 누가 먹는 것이고 누가 풀인지 구분이 안 갔다. 특히나 미나리밭에 미나리와 너무나 유사한 풀이 미나리보다 먼저 더 많이 올라온다. 처음엔 그것이 미나리인 줄 알았는데 뭔가 아리송했다. 이상한 점이 뭘까를 찾아보았다. 미나리만의 그 특유한 향이 없었던 것이다. 

 풀은 신기하게도 주변에 있는 식물들과 아주 유사한 모습을 하는 것이 많다. 개두릅도 두릅인 줄 알고 좋아서 땄는데 향이 없었다.  처음엔 그것도 캐치를 못했지만 서당개도 알아간다 하듯 나도 하나씩 깨치게 되었다. 그러면서 유심히 살피니 먹는 채소나 유익한 허브들은 나름의 향이 있다. 특히 우리 밭엔 페퍼민트가 많아서 그 근처 가면 눈부터 시원하다. 쑥갓도 비슷한 풀이 있고 파랑 아주 닮은 아이도 있다.


  고유의 향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꽃도 자기만의 향기를 가지고 있어 더 아름답다. 풀은 그 향을 얻지 못해 풀인 것이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리라.  향수를 뿌려서가 아니라 그만의 고유한 향기 나는 인품을 만들어 가는 것. ‘인향’이라고 하지 않는가. 

 “꽃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면 향기를 맡는다라는 표현보다 그 사람의 향기를 느끼고, 그 사람의 향기가 보이고, 들린다라는 표현도 쓸 수 있겠다. 향기는 코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니까. 당신은 어떤 향기를 품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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