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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스피커 Dec 09. 2020

스피치 그거 말빨 아닌가요?

스피치 오해 풀기 1


"선생님 우리 예은이 스피치 수업이 다음 주가 이번 학기 마지막인 것 같은데 혹시 선생님만 괜찮으시면, 연장할 수는 없을까요? 아이가 수업에 다녀오면 얼굴이 쫙 펴지고 밝아져서 너무 좋아요.
어제는 글쎄 아빠가 회사에서 하는 PT도 핵심을 잘 정리해서 말하라며 코칭까지 해주더라니까요 호호호"



벌써 5개월째 매주 목요일 그녀를 만난다.

현재 나의 스피치 멘티들 중에서는 가장 어린 고등학교 2학년 김예은.

그 아이가 처음 내게 왔던 날이 생생하다.


무언가를 물어보면 침을 적어도 열 번쯤 돌려 삼키고 눈을 백 번쯤 깜빡인 후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는데 애써 내뱉은 그 한마디도 잔뜩 쉰 목소리였다.


"저희는 두 손 들었어요. 우리 학교는 토론하 말하는 수업이 많은데, 예은이 차례가 되면

입을 열기를 기다리다가 수업이 늘어지고 아이들은 지루해하고 선생님들은 괜찮은 척 기다리지만

무척 전전긍긍하고 있는 눈치예요. 근데 예은이 어머니 말씀으로는 집에서는 말을 잘한다는 거예요.

따스 선생님께서 (나는 지금은 이 학교를 떠나 있는 정교사 출신으로 닉네임이 '따듯한 스피커' 줄여서 '따스 샘'이었다) 예은이를 맡아주시면 뭔가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연락드려요. 꼭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려요."





예은이가 다니는 대안학교의 부교장은 오랜 고민을 했던지 담임을 시키지 않고 직접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 예은이는 공부도 잘하고 꿈은 일러스트 디자이너라며, 아이가 지적인 능력이 뛰어나니 너무 걱정은 말라면서 내게 정보인 듯 위로인듯한 이야기를 건네며 전화를 끊었다.


뭐지? 나는 아직 확실히 예스를 하지 않았는데 이미 달리기의 바통이 내 손에 넘어와 꼭 쥐고 있는 이 기분은?

이미 예은이는 내 학생이었다.




생각해보면 입시용 면접 코칭을 하지 않겠다는 나만의 원칙을 세운 이후에 첫 청소년 스피치

일대일 코칭 의뢰였다. 


"그래 내가 이러려고 스피치 코치하는 거지.

당연히 해야지! 예은이는 내 학생이다!

아이가 학교에서만 말을 하지 않는것인지 분명히 이유가 있지"


일주일 후 드디어 예은이를 만났고 매주 일대일

스피치 코칭을 받으러 나의 집으로 게 되었다.

예은이의 스피치 수업장소가 학교가 아니라

나의 집이 된 것은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지만,

학교의 부교장도 예은이의 어머니도 나의 집에서 코칭을 받는 것이 아이의 정서상 좋겠다는

같은 마음을 먹어주어서다.


과거 이 학교의 선생일 때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그리 크지도 않은 우리 집 거실에, 커다란 몸집의 아이들을 들였었다.

아이들은 푹신한 소파에 다닥다닥 붙어앉고

볕이 들어오는 우리집 테라스에 식탁의자에 자유롭게 앉아 쉬고 먹고 마음껏 말했다.  

수업 아닌 수업인 듯 수업을 진행했었고 아이들은 늘 그 시간을 기다렸다.

스피치나 토론 수업이 꼭 모둠 책상에서만

루어질 필요는 없다.

청소년 시기에는 색다른 경험과 그것과 오버랩되는 인지적 기억을 많이 남기는 것이 좋다는

교육학 이론 때문도 아니었다.


나는 아이들이 나를 칠판 앞에 서있는 선생님이 아닌 고단할 때 외로울때 찾아오는 집 같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행복했다. 행복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선생님이 자신의 집을 정기적으로 개방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었기에 학교에서도 별난 선생님이라는 꼬리표 붙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부교장도 예은 어머니도, 은근히 예은이 코칭장소가 나의 집이길 바라고 있었다.

더군다나 학교에서는 종일 두 마디이상을 하지않는 아이라지않는가.


노프라블럼!

  



다른 수업과는 달리 예은이를 만나는 첫 수업은 내게 긴장으로 다가왔다.


역시 듣던 대로 예은이는 말을 거의...

아니 아예 안 한 거나 다름없이 내 앞에서 1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내 말에 간간히 웃어주고 눈을 반짝이는 포인트가 늘어가면서 나는 긴장이 풀렸고 신이 났다.(아직은 나만..)


그러다가 갑자기 어떤 지점에서 예은이의 눈이 몹시도 빛났다. 아 나는 감을 잡았다.




스피치에대한 오해 시리즈

"스피치 그거 말빨아닌가요"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길면 지루하실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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