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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스피커 Dec 26. 2020

너는 나를 몰라도 괜찮다

나와 잘 지내는 중이라서 다행입니다

나와 잘 지내는 중이라서 다행입니다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시간 기꺼이 15분 정도의 시간을 내서 남편은 매일 커피를 내린다.

남편이 만드는 원두커피 향이 천천히 거실을 채우고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햇살과 어우러지면서 우리의 하루를 편안하게 시작하도록 해준다. 그리고 참 쉽게 이만하면 행복하다고 느끼게 한다.

15분이라는 시간은 하루의 1프로의 시간이란다.

이 1프로가 나머지 99프로를 감사와 긍정의 힘으로 이끄는 거라고 말하면 너무 호들갑일까.   


커피가 내려지는 3분 정도의 기다림은 이내 설렘으로 바뀐다.

그리고 두 손 가득 따뜻하게 감싸 쥔 커피잔을 통해 오늘 하루를 들여다본다.

"아 인생은 참, 첫맛은 쌉싸름 끝 맛은 달콤해 이 커피처럼"

오늘도 그리 알고 최선을 다하며 잘 살고 싶어 진다. 이제 인생의 리듬을 탈 줄 알게 되었고 거기다 좀 재밌어지기도 한 중년으로 산지 좀 되었다.


내가 현재 나의 중년을 흥미롭게 보낼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처음에 그것은 '나는 나를 잘 모르는구나! 어이가 없네!'라는 인정과 '나에 대해서 알고 싶다'라는 욕구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여정의 1,2차쯤을 대략 마쳤고 '나를 앎으로 인해서 생기는 마음의 안정과 여유로움'을 갖게 되었다고 말해도 좋다.

또한 나에 대한 객관화가 가능해졌다. 물론 우리는 신이 아니고 나와 나는 밀착력이 참으로 심한 관계이므로 완전히 그렇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래도 자꾸 연습하다 보니 메타인지 근육의 밀집도도 높아지긴 하더라. 그래서 과거처럼 매번 매건마다 주관적인 감정과 스스로에 대한 비하에 시달리지 않는 내 모습, 아 객관화가 잘 진행되는 중이라는 근거군 하고 생각다.

지난 1,2차의 여정은 '나'라는 한 존재에게서 가짜인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내 진짜 모습인지, 또한 더 나아가 앞으로 무엇을 더 채우며 살고 싶어 하는지를 아는 스릴과 희열의 여정이었다.

(스릴과 희열이라고 표현했지만 다른 말로는 아픔과 인정, 깎임과 내려놓음으로 바꾸어 말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어떨 때는 고통 어떨 때는 포기라는 이름으로 다가와 결국 나를 더욱 나되게 해주었다.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이건 내 모습이 아니야아아!!'라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하는 드라마에서 흔히 듣는 대사는 더는 안 읊어도 되니까)





작년 코로나가 오기 직전에 끝냈던 '90일 나 홀로 어학연수'라는 프로젝트는 나를 다른 세계와

다른 차원에서 알아가는 3차의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일과 일상을 멈췄고 오직 나의 마음과 생각 그리고 소명을 다지는 시간으로 오직 '나'에게 집중했던 긴 여행이었다. 종류별 두려움과 소외감을 이겨내야 하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었지만 나는 나를

그 90일의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동안 기존의 인물로 고여만 살던 나의 과거와 바쁘게 팽글팽글 돌아가는 현재의 나를 알아가고 토닥거리는 것도 좋았지만, 한 걸음더 떼서 낯설고 새로운 도전을 매일 해대는 나의 다. 른. 모습을 만났다. 나를 모르고 나도 모르는 환경 속에서 나를 실험하고 나의 오감을 인정해주고 나와 함께 놀라고 감동하며 울고 웃었던 그 시간을 통해서 나는 완전 리셋이 되었다.

업그레이드되거나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하지 않고 리셋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초기화가 되었다는 의미로 자의적이지만 확신 있는 해석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 여행을 마칠 즈음 가장 큰 수확은 '내가 나를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내력이 얕고 겁쟁이이며 길치고 깊은 외로움의 병을 가지고 있고, 사람에게 안주하기 좋아하는 그간 오래도록 만나온 그런 나와 상당히 멀어지고 나는 나를 좀 더 많이 믿게 되었다. '내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뭐 잘할 수 있겠는데!'

이런 생각들이 모다기가 되어 중년의 내가 나를 믿어주자고 당당하게 제안할 수 있게  소득은 스스로 만든 존감 그리고 자유함이었다.




나는 스피치 코치로서 지난 수년간 수업시간 초반 3-4주간을 할애해 멘티들에게 '나'에 대한 다양한 템플릿을 만들어보라는 미션을 주고 그것을 스피치로 실습하게 한다.첫 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가능한 다양하고 자세히 쓰고 그것을 카테고라이징 하는 것이다. 그리고 카테고라이징 한 것에 헤드라인을 붙이고 연결해서 다른 사람 앞에서 매력적으로 설득하는 스피치를 하는 과정이다. 이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50가지나 쓰는 사람이 있고, 단 두세 가지를 쓰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정직하게 말하면 나는 후자였다.


나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쓰라고 하면 세 가지를 넘기지 못했다. 40세가 되기 전까지도.(그러니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기를)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라? 의의로 나를 잘 모른다는 것.능동적으로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것. 다른 또 한 가지는 매일 수동적으로 하던 일만 하지 본질의 나와 손잡고 진짜의 경험 의연한 경험을 해보지 않아서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나에 대해 묻는 것'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 얼마나 고민스럽고 곤혹스러운지 알면서도 계속 퀄리티 있게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며 알아가 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것이 얼마나 힘이 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떤 성과보다도 성숙이며 오롯이 나의 삶에 대한 존중이며 자유라는 선물과 행복지수를 한껏 높일 수 있는 멋진 열매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 청소년이나 성인들의 행복지수가 늘 세계 하위권인 것이 나 자신을 모르고 늘 남에 대해서만 종일 고민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태도와 상당히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내가 나를 알아가고 정리가 되는 만큼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된다는 비밀이다.

물론 스피치 실력을 높이는 부분에 있어서도 바로 '나'로 시작한 사람들은 완전 다른 주제의 스토리라인을 짜는 과정에도 큰 저력을 보이며 급히 상승한다.)

 



나는 몇 년 전만 해도 누군가 어떤 커피 좋아하세요? 하면 무조건 '아메리카노'라고 말했다. 그것이 남에게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

그러나 언젠가부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좋아하기로 했다.

이제 더 이상 '나는 도대체 무엇을 좋아하지?'라고 묻지 않고  매력 있어 보이는 것들을 좋아하기로 어쩌면 좋아할 때까지 해보는 것이 더 다이내믹하고 즐거운 삶이 아닐까?

그러다 너무 싫으면 다른 배에 옮겨 타면 그만이다. 손해는커녕 앞선 시도는 브릿지가 된다.



남편재촉한다. "커피 내려놓은 거 얼른 한 모금 마셔봐 그리고 어떤지 말해주어봐."

나는 매일 아침 마치 시음하는 전문가처럼 커피를 마시며 말한다.

"음 오늘은 더 좋네. 맛있다".

실은 진짜 좋았다. 형언할 수 없는 기분 좋음에 행복감이 밀려오고 그리고 아 나 참 잘 살고 있구나 작은 것에 감사해하는 내 모습이 좋았다. 그러나 나는 커피 전문가이기는커녕 지금 마시는 원두의 이름조차도 헷갈리고 모른다.

그냥 이 아침 의식이 내가 좋아하는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뿐.


나는 이제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늘 시간이 부족하다. 코로나라는 암울한 벽을 만났으나 내 삶의 태도는 하던 대로다. 

그리고 때마침 백세시대.

'100세를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교수가 자신의 전성기가 60에서 70 사이라고 한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혹시 아직 모르지 않은가 아직 나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을지도


남은 나를 잘모르는것이 당연하고 괜찮다.

나는 나를 알고 나와 잘지내는중이니까.



이 글은 스테르담작가님과 함께하는 험프데이글쓰기의 주제 '나'에 대해 쓴 글입니다!

험프데이글쓰기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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