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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스피커 Jan 01. 2021

균형

인생을 통틀어 안간힘을 써서 얻은 행복

"당신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엄청난 우뇌의 소유자라는 것을 단박에 알았어요" 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하버드대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람이 목소리를 통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상당히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목소리를 통해서 지적 수준, 성격, 건강상태, 그리고 인격까지도 짐작할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목소리는 나의 페르소나이고 잘 관리해야 하는 바로 '나' 자신이며, 상대방에 따라서 적절한 페르소나의 목소리를 사용하기위해 갈고닦아야 함을 기억하자. 맞다. 미안하다. 직업병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내 목소리만 듣고 엄청난 우뇌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았다니 새로운 연결에 갑자기 나의 뇌가 신선해짐을 느낀다.


 이른바 좌뇌 우뇌설의 주장에 의하면 좌뇌는 추상적인 언어나 사고, 수학적 계산, 추리 능력에 뛰어나고, 우뇌는 전체를 보는 통찰과 협업, 예술적 직관에 강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좌뇌를 남성에, 우뇌를 여성에 연결하기도 한다.

그렇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 주장이었다. 보통 사람은 뇌를 10%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대표적인 '뇌신경 신화'라는 말이 유력한듯하다.


 하지만 그 지인은 뇌과학에 관해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공부해온 준전문가이기 때문에 더 깊은 연결의 의미와 근거로 이야기했겠다 싶어서 다음에 만나면 꼭 즐거이 질문을 하기로 한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 듣고 싶으니까.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 이야기를 듣는데 문득 떠올린 단어가 '균형'이었다는 것이다.

"엄청난 우뇌의 소유자라... 나는 뇌마저도 균형 없이 치우친 사람인가 보다 하하"라는 생각.

좀 더 균형 잡힌 뇌가 되고 싶다 그런 바람이 담긴 생각이랄까?




 2년 전 교사 연수에서 코칭경영원의 한 전문코치 에게 코칭의 기본과정을 배운 적이 있는데 수업 중에 갑자기 내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 이런 넓디넓고 철학적인 질문이라니.. 뻔한 대답은 싫은데 뻔한 대답만 떠오르는 몇 초가 지나가고,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균형이요"라는 대답이었다. 이유를 묻는 강사에게


 "나이 들고 어른이 되니 최고의 덕목이 균형이더라고요. 과하게 욕심을 부리면 균형이 잡히지 못해서 꼭 후회하는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다 잘 해내고 싶었지만 턱없이 그러질 못했죠. 그래서 그냥 조금씩 못하기로 결정했고 그제야 균형을 잡기 시작했죠. 그랬더니 행복했어요."


 내가 한 대답이었지만 만족스러웠고 질문을 한 강사도 감탄을 해주어 기분이 좋았던, 지루했던 여러 연수들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누군가 내게 행복의 정의를 물어올 때마다 아직까지는 역시 '균형'이라는 대답을 한다. 더 좋은 답을 찾기를 원하지만 아직은 못 찾았다.




 균형의 반대말을 찾아보니 '치우침, 한결같지 않은, 밸런스가 깨진' 그런 말들이 포진해 있다.

사실은 '균형'보다는 그 반대말이 오히려 지금까지의 나의 인생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듯해서 놀랐다.

나의 인생은 이런 것들을 균형 있게 바로잡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의 기록들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균형 잡힌 몸매도 전혀 아니며, 나의 과거와 현재의 역사도 맥락과 균형 없이 너무 반전으로 살아왔다.


 우리는 종종 인생의 균형이 잘 잡혀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면 성품이나 덕이 있어서 또는 삶에 대한 지혜가 있어서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런 사람도 반드시 과거, 엄청난 치우침의 과정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열정으로 치달아있어서 그것만 보이고 그것만 생각하고 그것만 하고.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내가 균형을 잃었구나. 잃어버린 것을 찾아와야겠다. 그 잃어버린 것이 때론 가족일 수도 있고 건강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다. 아니면 또 다른 어떤것인지 스스로는 알고있다.

나도 그랬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이제는 그 열정으로 치우쳐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다. 무척 멋있어 보이며 함께 등을 두들겨 도울 것이 있다면 돕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 열정을 불태운 것들은 그대로 경력과 실력으로 남을 것이고 곧 균형도 잡을 거니까 사랑스러워 보인다.


 사람이 균형을 잡는 중일 때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남보기에 성과도 실행력도 없어 보일 때 많다. 간혹 은둔형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균형을 잡는 그 시간은 가장 소중한 것을 되찾고 다시 시작하는 준비를 하는 시간이니까 마음을 편안히 갖고 그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지금 다리를 딛고 서 있는 곳에서 딱 버티라. 그리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엄청나게 지지해주는 것을 잊지말고 치열하게 균형을 잡으라.




당시에는 균형 잡히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 멀리까지 와보니 균형이 보였다.

칠 때 치고 빠질 때 빠지는 기술이 특히 긴 인생을 사는 나와 우리에게는 더 필요하다는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아니 이렇게 긍정적이신 분이 어린 시절에 그렇게 힘들었다니 안 믿어져요! 안 맞는 말 같아요..."

그래서 나의 균형은 안간힘이고 행복의 열매이다. 엄청난 균형감각을 기르는 것 그것이 나의 인생 과제요 인생 그 체였음을 매일 되새긴다.

그래서 내 인생은 아름답다. 소중할 뿐 아니라.


나는 오늘도 내가 가진 모든 인생의 재료들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끊어가는 것이 아니라 연결해가면서

롱텀으로 균형을 찾는 중이다.


 



이 글은 스테르담작가님과 함께하는 험프데이글쓰기에서 '균형' 이라는 주제를 받고 쓴 글입니다.

험프데이 글쓰기는 글쓰기의 규칙성과 꾸준함의 균형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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