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스피커 Oct 22. 2021

공포의 골짜기를 넘어 희열의 물가로

스피치 공포와 수영 공포 뭐가 더 셀까

 20년 하고도 두 달째 미뤄오던 것이 있다.

바로 푸르고 차가운 물에 내 몸을 담그고 발을 뻗고 얼굴을 집어넣는 것. 남들은 '수영'이라고 부르는 것. 하지만 나는 공포라고 부르는 그것.

고요한 수영장. 파도가 쳐대는 것도 아닌데 나는 무섭다. 푸른빛이 도는 무심한 물이 작은 체구의 나를 묻어버릴 것만 같아서 항상 긴장으로 잔뜩 물오른다. 물을 잔뜩 먹은 나무토막처럼 묵직해져서는 차가운 풀 차가운 벽에 기댄 채 어린아이처럼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난 지금 재미있다'라고 최면을 건다.

남보기에는 옹색해 보여도 "이렇게 해도 충분히 운동이 되는데 뭐하러 힘들게 수영을 배우라고 하지?"라고 중얼대며 이미 저 반대편 깊은 수심에 놀고 있는 남편을 바라본다.


 해마다 언제 수영을 배울 거냐고 채근하는 남편이다. 특히 모처럼 휴가를 떠난 곳에 수영장이 있으면 자신은 폼나게 휘저으며 즐기는데 풀 속의 벽에 기대어 서있거나 풀장 밖의 긴 의자에 누워 딴짓만 하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단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하고 싶은 운동 중의 하나가 수영인데(사실 그 외도 너무 많다. 골프 탁구 등등. 휴. 운동 자체를 싫어하는 난 다 관심이 없다는 것;) 나는 긴 세월 남편의 말을 모른척했다.  

 

하지만 드디어 20년 하고 2개월간 미뤄오던 것을 시작할 용기가 생기게 된 계기가 찾아왔다.


몇 달 전 '온라인 스피치 코칭스쿨 5기'에 무척이나 용기를 내서 찾아온 한 수강생을 만났다. 과거에도 스피치에 대한 비슷한 마음의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보였다. 그들이 빼놓지 않고 고백하는 무대공포증 발표 공포증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스피치 코치다. 이들에게 열정적으로 코칭을 하면서 청중이 두 명이든 백 명 이상이든 그 앞에서 당당하고 진심을 담은 매력적인 스피커가 되도록 돕고 있다. 그들은 코칭을 받으면서 점점 변화되고 결국 무대 위에서 터져 나오는 행복 도파민을 맛보며 무언가 달라진 삶의 희열도 맛보게 된다.

팔로잉만 하는 인생이었다가 영향력을 끼치는 스피커가 되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랜 무명시절을 보냈던 가수 김범수가

'나는 가수다'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정말 떨려서 죽을 것 같아요. 그런데 너무 행복해요'

무대에만 오르면 긴장되고 미치도록 떨리지만 긴장을 설렘이라는 감정으로 바꾸고 어디서부터 터져 나오는지 본인도 몰랐던 열정을 펼치며 무대를 즐긴다. 그리곤 가슴이 터질듯한 성취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공포에 대하여.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개(dog)이고 다른 하나는 물이다.

 측은하게도 나는 6살 때는 바닷물에 빠져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무서운 기억이 있고( 친척들과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가 식사를 하시며 기분 좋게 반주를 즐기신 나의 아버지가 7살짜리 나와 5살짜리 남동생 그리고 엄마  커다란 검은색 튜브에 태우고 바다로 바다로 멀리멀리 나가신 것이다. 음주수영에(?) 튜브는 뒤집어지고 푸르고 뽀얀 바다와 파도가 나를 묻었다. 물에 빠졌을 때의 그 숨막힘과 먹먹함을 지금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

7살 때는 친구 집 마당에서 놀다가 큰 개에게 물렸던 경험이 있다. (내 기억엔 7살짜리보다 큰 키의 개였다. 그 이후로 나는 크든 작든 개만 보면 덜덜 떠는데  나를 아는 지인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언젠가 이것도 극복하고 강아지들을 쓰다듬어보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오늘 결전의 그날이다. 내가 나의 '공포' 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한날. 드디어 수영을 시작했다!

맘껏 즐기지 못했던 수 많았던 휴가들 속의 풀장이 떠오른다. 수영을 배우고 나면 앞으로 더 재미나게 라이프를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기쁘고 설렜다! 하지만 현실은!

오늘 한 시간 내내 호흡만.... 했다.


내가 알고 있던 호흡과는 딴인 수영 호흡법!

스피치복식호흡 코와 입으로 들이마시고(들숨) 입으로 내쉬는데(날숨),

수영은 완전 반대로 하라고 하니 너무 당황이 되었다. 어찌나 힘들던지 이 세계에 발을 디딘 후회가 밀려오기시작했다.


그러 갑자기 흉식호흡으로 말하다가 복식호흡배울 때 어렵고 적용이 안된다고 던 스피치수강생들의 읍소들이 생각이 났다.

아 얼마나 어려웠을까. 그래도 복식호흡의 강을 건너면 중저음의 울림 있는 소리를 가질 수 있으니 계속 훈련하도록 코칭했었지 않은가.

이후 수영 레슨을 받는 내내 나의 스피치 코칭과 오버랩되는 수영의 포인트들을 절감하며 깊은 공감과 깨달음의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나도모르는사이 즐겁게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수영코치말이 나보다 더 심한 물의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은 넉 달이 넘게 호흡 연습만 하기도 한다고 다. 근데 잘 안 되는 원인이 조급함과 긴장 때문이라고. 맞아요!라고 나는 빛의 속도로 대답했다. 스피치 코칭 때 나도 늘 비슷한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 나는 해냈다. 코치님말씀 잘 듣고 열심히! 나의 다음 휴가를 상상하서.

갑자기 어라! 호흡이 된다! 아싸! 혼자 물의 혼 춤 세리머니를 즐겼고 그 순간 스트레스는 멀리 날아가며 왠지  자긍심마저 생겼다.


기분이 참 좋다. 나의 공포이기만 했던 한 세상문고리를 잡고 문 열었고, 나아갔고, 

말을 걸었으니까.  화답의 인사도 받았으니까.

그리고 새로운 배움의 희열에 뇌가 자유형을 하니까.




참고로 스피치에 도움이 되는 운동은 바로 코어운동과 전신운동에 충분조건을 가지고 있는 수영과 줄넘기다. 그리고 둘다 제대로 배우며 코칭을 받아야 무대를 즐길수있다는것도 기억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꼭 저자들만 강연하라는 법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