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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스피커 Nov 10. 2021

바람 같은 여자 산 같은 남자

우리 산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바람 같은 여자 바람 같은 여자 산 같은 남자산 같은 남자

1화 바람같은 여자 산 같은 남자 

람 같은 여자 산 같은 남자

그동안 꿈꿔오던 저의 목소리로 제 글을 녹음하는 오디오 출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만의 오디오 '나디오'의 오디오작가로 합격해 12월중에 

이 글등 나디오앱에 로드됩니다.

'그래도 결혼은 좋다! 고 예찬하는 글'이 옹기종기 담긴 브런치 북 '우리 이혼 안 했어요'를 먼저 콘텐츠로 준비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글을 읽기 좋게 그리고 듣기 좋게 정리중입니다.

새로 읽어주시는 분들은 새롭게, 기존에 읽으셨던 분들은 또 새롭게 읽어주시길요. 고치고 정리하고 다시 쓰느라 나름 애를 많이 먹었으니 부디 욕하지 마시고요. 사실 아직도. 항상. 퇴고 중이긴 합니다.


1화 바람 같은 여자 산 같은 남자


행복한 가정은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 나름으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


"그냥 헤어지죠!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우리에게 그 남자 부모님의 연애 반대, 결혼 결사반대가 완강히 이어졌다.


"그냥 헤어지죠! 동물도 감정이 있는 건데 뭐가 그냥 다 괜찮대!! 당신 같은 사람 질리고 진짜 한심한 거 알아요?" 나는 어떻게 하면 더 정 떨어지게 말할까를 늘 고민했었다. 당시 부모님의 사업실패와 불화로 심리적으로 무척 불안한 상태이기도 했던 나는 틈만 보이면 헤어지자는 말을 던졌다.

"나 지금 누구랑 말하는 거죠? 부모님이 그만큼 싫어하시면 우리가 헤어지는 게 맞죠."     

뭐야 이 사람. 이래도 꿈쩍 안 해? 네 사랑이 그 정도는 아니지 않니?

라는 독기를 가득 품고 있던 나의 센 말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 변함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산 같은 그의 사랑 앞에 매번 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남자 집안의 결혼 반대의 이유는 대충 추려보면 세 가지다.


첫째 종교 문제! 남자 집의 종교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천주교다. 일례로, 남자의 고모는 우리나라 천주교계에서 알 사람은 다 안다는 수도회의 원장 수녀님이었고 고모는 당연히 이 가문의 자랑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사귄다는 여자는 두 둥! 교회를 다녔다. 이게 반대 이유라고?     


둘째 나의 직업이 맘에 안 드셨다. 방송국일 하는 여자. 사람들 앞에 서고 나돌아 댕기며 일하는 리포터요 MC였던 나의 직업이 싫으시다며 트집을 잡으셨다. 아 참 하나 더 꼬리표를 붙이셨지. ‘걔는 장남 며느리감이 아니다.’라는 것. 장남 며느리는 어떻게 생겨 먹어야 하는 걸까? 그때 받은 꼬리표는 결혼 후에도 나에게 순간순간 자격지심을 안겨주는 말이 되었다. 방송일이나 하는 장남 며느리감이 아닌 나는 밑도 끝도 없는 편견 앞에 기가 찼다.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일개 지방 방송국에 다닐 뿐인데 그것이 며느리감 결격사유의 이유가 된다니.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내가 당시 가난한 집 맏딸이었다는 것이다. 그랬다. 어린 시절에는 나름 돈 걱정 없이 부유하게 살았건만 나의 청소년 시기부터 시작된 아빠의 개인사업이 당시 세 번째로 망한 상태였다. 나의 부모님에게는 남자 쪽 부모님의 결혼반대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우리가 헤어지기를 바라며 남자의 부모님은 유학 등 다양한 방법을 계속 모색했다. 그러나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그렇듯 반대가 거셀수록 우리의 애틋함과 사랑은 더 깊어져만 갔고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다.

부산 서울을 오고 가며 그 어렵다는 장거리 연애를, 나중엔 중국 한국 간의 국제 연애까지 해냈다.     


늘 바람과 같이 마음을 잡지 못하던 나도 어느새, 한결같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산 같은 그의 사랑을 천천히 온유하게 닮아갔고 그렇게 바람 같은 여자 산 같은 남자는 결국 부모님의 허락을 얻어 결혼을 했다.

그 뒤에도 나의 시댁은 며느리인 내가 못마땅하셔서 종종 억지를 부리고 남편과의 사이에도 은근히 이간질을 하셨지만 그때마다 나의 남편은 철 방패의 역할을 해주었다.

어설프게 편을 들어 욕을 얻어먹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고 아예 부정적인 말을 꺼내지도 못하도록 확실히 선을 그었다. 너무도 지혜롭게.


 작년 시아버님까지 돌아가셔서 이제 이 세상에 아무도 계시지 않지만 시부모님은 우리 부부가 변함없이 의좋게 사는 것을 세월이 흐른 후 언젠가부터는 무척 대견해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치 시인 나태주 님의 유명한 시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라는 말처럼 된 것이 아닐까?     


외로움이 병이고 도망이 특기였던 바람 같은 여자와 든든하게 우뚝 서서 힘껏 배경이 되어주던 산 같은 사랑을 가진 남자의 결혼 스토리는 계속되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 그렇듯 풍경은 달라졌지만 산은 변한 것이 없다. 바람 같던 여자는 늘 그 산속에서 새바람을 일으키며 재미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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