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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스피커 Nov 25. 2021

돈이 없으면 창의적인 구두쇠가 되자.

우리의 품위를 지키는 방법

5화. 우리가 이혼 안 한 이유, 원칙 두 번째


돈이 없으면 창의적인 구두쇠가 되자


"자기야 나 마음에 상처 있나 봐. 나도 이제 다른 사람들처럼 좀 편히 돈 쓸 수 있는데도 그렇게 잘 못해. 친구들에게 밥도 막 사고 싶고 옷도 망설이지 않고 척척 사 입고 싶은데, 돈 쓸 때마다 자꾸 마음이 쪼여 들어. 이제 우리 못 살진 않는데 말이야 그렇지? 조금 슬퍼지네"     


 두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나는 경단녀였다. 혼자 돈을 벌었던 남편이 빠듯한 한 달치의 생활비를 주면, 일주일이면 다 써 벌릴 것만 같아서 그것을 모두 현금으로 찾아 1주일 단위로 네 개의 봉투에 나눠서 넣어두고 썼다. 신용카드는 아예 다 잘라버렸다. 봉투 안에 있는 돈만큼만 의식하며 일주일을 사는데 아직 수요일밖에 안되었는데도 진작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고 간신히 버티다 주말이 되면 외식은 꿈도 꾸지 못했다.

주말에 먹을 장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냉장고를 야무지게 털어서 세끼를 준비했다. 물론 아들들 옷도 사본 적이 없었고 이웃이나 친척에게 부탁해 일순위로 물려 입혔다. 그때 길러진 검소함은 타고난 기분파였던 나를 엄청나게 규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훈련이 되었다.


결혼초부터 자신들 소유의 번듯한 집이 있고 경제으로 풍요로운 친구들과 비교하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부부는 특유의 긍정심을 잃지 않았고 서로를 대견해하며 즐겁게 살았다. 현재 상황에서 행복의 빈도수를 늘리려면 어떻게 마인드를 컨트롤하고 어떤 태도로 사는 것이 좋을까를 항상 고민했었다. 경제적인 이유가 결혼을 조각내고 행복을 너무 과잉 대표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동요되고 싶지 않았다. 부의 기준이 너무 높으니 행복의 만족도가 낮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반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돈을 적게 벌어오는 남편이, 살림만 하는 아내가 무능해 보인다.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돈이 많지 않다는  때문에 불행을 느낀다면? 그것은 '인생에게 지는 '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의 행복을 유지하는 힘은 돈만이 아니라는 것을 익히 알고 관심과 에너지를 고루 분산시켜 저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살면서 돈이 없어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우리 가정만의 의식을 많이 만들었다. 유태인 교육을 따라 한다며 토요일이 되면 식탁에 촛대를 여러 개 밝히고 어린 아들들을 포함한 네 식구가 둘러앉아 일주일 동안 절약하느라 참았던 간식거리들을 예쁘게 식탁에 늘어놓고 보드게임을 하며 상품으로 따내기도 하고 함께 벌칙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가족의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보겠다고 겁도 없이 아예 홈스쿨링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초등 6년을 학교도 보내지 않았고 사교육도 하지 않았으며 그 비용을 절약해서 1년에 한 번 다른 나라에 가서 현지인들과 한 달씩 살아보는 긴 여행을 다닐 수 도 있었다.


 세월이 흘렀고 남편은 지금 남이 부러워하는 고액 연봉을 받는 비즈니스맨이 되었다. 나도 강의 수입 등이 생겨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구입할 때 은행에 반이나 대출을 받아 사는 바람에 여전히 갚는 중이지만 성실한 남편의 수입으로 감당이 되니 정말 감사한 현재다.


 몇 년 전 내가 말했다.

 "자기야 나 마음에 상처 있나 봐. 나도 이제 다른 사람들처럼 좀 편히 돈 쓸 수 있는데도 그렇게 잘 못해. 친구들에게 밥도 막 사고 싶고 옷도 망설이지 않고 척척 사 입고 싶은데, 돈 쓸 때마다 자꾸 마음이 쪼여 들어. 이제 우리 못 살진 않는데 말이야 그렇지? 조금 슬퍼지네"     


그 말을 듣고 있던 남편의 눈이 순간 촉촉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신혼 때부터 검소하게 살아야 했던 세월을 내가 잘 참아주어서 여기까지 왔다며 이제부터 매달 '품위유지비'를 따로 통장에 넣어 주겠단다. 아내의 품위유지비를 주겠다니!

아 얼마나 사랑스러운 남편의 언어 선택인가. 그걸로 내 품위가 완전히 유지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우리의 사랑과 의리는 오래 유지되게 해 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나의 수입과 상관없이 남편이 주는 품위유지비는 지금도 따로 ’ 품위유지비‘라는 타이틀로 매달 어김없이 들어온다.



내 품위는 이미 우리가 부모님 으로부터 독립해서 우리 가족을 이끌어온 것으로 유지되었어.

여봉!!!!!


그래도 잘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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