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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스피커 Dec 01. 2021

우리가 이혼 안 한 이유, 세 번째 원칙

서로가 서로에게 독립하라

6화 우리가 이혼 안 한 이유, 세 번째 원칙 '서로가 서로에게 독립하라'     

 

 결혼하면 외로움이 해결될 줄 알았다. 실은 결혼하고 더 외로웠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일 중독이었던 남편에 시댁과 친정 어디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 없었던 나는 일명 독박 육아를 하면서 그렇게도 외로울 수가 없었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나왔다. 우울감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던 것 같다. 새벽에 들어온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고 보따리도 싸 보았으나 어디로도 내가 갈 곳은 없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주변의 결혼한 여자들을 보면 ’ 남편이 늦게 들어오고 출장이 많으면 땡큐지 ‘ 라며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데 나는 남편에게 유독 집착하고 의지했던 것 같다. 내게 남편은 아는 이 하나 없는 서울에서 아빠고 엄마이며 유일한 친구였던 것이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선배 언니가 ”너는 참 밝은데 예전부터 보면 외로움도 꽤 느끼는 것 같아서 의외야.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질문에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 일을 계기로 더 이상 나의 공허한 마음을 사람에게서 해결 받으려 하지 말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외로움은 타인이 준 것이 아니고 어쩌면 자기 연민이라는 굴속에 내가 들어가 앉아 있던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략 30대 중반부터 40대 사이에 나는 이렇게 나를 만나고 나와 비로소 소통하기 시작했다. 기대를 저버린 남편이나 끝없이 필요를 채워 주어야 하는 아이들보다는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남편 바라기로만 나이를 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경단녀의 시간을 끝내고 드디어 제대로 본격적으로 용기를 낸 것은 둘째가 중학교 입학을 앞둘 때였다. 누가 등을 떠미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진로를 찾아 헤매는 열아홉 살처럼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현실을 대면해보니 재취업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았고 경단녀의 취업은 쉽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없이 풀이 죽었다.      

”실망하지 마요. 당신이 해온 홈스쿨링 자체도 교육경력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것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것을 잘 어필할 수 있는 교육 강사는 어때? “
  

 남편의 격려에 한 줄기 빛을 찾은 듯한 마음으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고민하던 끝에, 학생들에게 말하기 토론 등을 가르칠 수 있는 스피치 전문 선생님이 되어보자 결심하게 되었다. 지난 방송 경력은 플러스알파가 될 것이었다. 그렇게 조금은 늦은 나이에 아동청소년 스피치지도사와 스피치 전문가 과정의 자격증을 땄고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이내 좋은 소문이 나기 시작해 용인과 분당의 곳곳에서 초등 중등 성인까지 스피치를 코칭하고 훈련시키는 프리랜서 1인 기업가로 코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드디어 남편과 자녀들 외에 지적 감성적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대상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기여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더 이상 외로움에 휩싸이지 않았다.

이제 혼자 있는 순간에도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간데없고 그 자리에 나를 돌보기, 힐링, 쉼, 안식, 재정비, 다시 꿈꾸기 같은 단어들이 들어서서 나의 인생을 충만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뭔가 당당해진 내 모습은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편안해진 모습이었고 더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남편 아니라 아무리 가까운 사이어도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에게 늘 한결같은 위로를 해주긴 쉽지 않은 법. 내가 변하기 시작하자 남편은 나를 진심으로 응원했고 우리는 드디어 원수지간도 로또도 아닌, 서로의 지지자요 격려자가 되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관계는 불안하다. 불안한 것은 불화의 씨가 된다.

부부적 연대감을 가짐과 동시에 각자 개별성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어려운 개념이다. 친밀감과 독립성을 함께 갖는다는 것.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얻기까지 우리 부부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포기 않고 노력을 계속 기울이기만 한다면, 살수록 사는 것이 재미나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이 감정인 것 같은가? 에헤이! 그것은 능력이다! 사랑하는 능력!

부부관계도 사랑의 중력과 거리 유지, 둘 다가 있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고 능력이다. 돈을 버는 능력은 나중 이야기이고 같이 있어도 괜찮고 혼자 있어도 괜찮은 내면의 힘과 자신의 세계를 튼튼히 구축해나가는 능력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 말이다.     

혼자라서 외롭고 둘이라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함께 있어도 각자에게 주어진 오롯한 삶에서 독립적인 사람이 될 수 있어야만 오래가고 섹시한 관계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어느 학자의 말처럼 결혼을 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소속감을 누리고 싶어서라고 한다. '못난 모습을 보여도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구나' 하는 안심이자 도피성 같은 것 말이다. '내가 가식적으로 굴지 않아도, 나의 신분과 위치 명예의 옷을 벗어도 이렇게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당신이 있구나'. 바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인간 본능적 욕구 충족이 결혼의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쉬운가. 서로의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완전한 부부는 없다. 그래서 그 학자는 한 마디를 덧붙인다.     

서로가 서로를 불쌍히 여기라고.

여전히 어른 노릇 하느라 고생하고 있고 사느라고 다 고단하다. 서로를 가엾게 여기는 것. 기대고 덕 보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서로를 애긍히 여기는 마음을 마음속에서 훈련해보자. 물론 결혼하지 않고도 다른 관계를 통해서도 그런 것을 배울 수 있겠지만 부부를 통해서 가장 잘 배울 수 있다고 나는 동의하며 확신한다.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확장되어 얻어지는 능력과 사랑 그리고 우정과 최고의 안정감을 선물해주는 솔메이트를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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