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육교사모임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육이야기 4>
너무 멀어서 고민하다가 갔던 실천교육교사모임 네 번째 이야기, 광주 편. 장시간 이동을 해서 그런지 금요일부터 두통이 너무 심했다. 아프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갔는데, 안 갔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오후 프로그램을 함께 하지 못해서 가장 아쉽긴 하다. 피로가 너무 심해서 점심을 먹고 일찍 나왔는데도 거의 하루를 꼬박 기절했다가 뒤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2주 전) 오후 프로그램으로는 차승민 선생님의 영화수업 신청했었는데 참여하지 못해서 아쉽다.
'교사, 삶을 바라보다'라는 주제를 꿰는 강연들 덕이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서로 다른 강연이라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좋았다. 예비교사부터 교감선생님, 교육감님까지. 경력별(?) 선생님들의 교사로서의 삶들을 들여다보고 나의 삶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선생님들의 삶이 담긴 15분이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사이다처럼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기도 했다. 결코 남의 이야기일 수 없었던 교육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너 이거 왜 하니?
특히 <학교, 아이들, 그리고 우리의 삶을 노래하자!>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셨던 한승모 선생님이 강연 중에 하신 말씀이 무척 와닿아서, 이번 후기 제목으로 달았다. 항상 되물어보기.
지난 봄에 지역에서 하는 아카펠라 직무연수를 신청했었던 터라 한승모 선생님을 뵐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날도 아파서 바로 전날에 취소를 했었네요. 결국 나 때문에 혼자 갔던 친구 편에 별의별 노래 CD를 받아서 가끔씩 학교에서 노래 틀어놓고 힐링 했었는데 이번에 그 맑은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너무 행복했어요.
의미 없는 노랫말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만든 노래가 듣는이에게 더욱 진한 감동을 준다. 노래가 팔딱팔딱 살아 있는 느낌이랄까? 나도 '나의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표만 없을 뿐, 나는 삶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기는 하다. 교사를 꿈꾼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나 이거 왜 하지? - 나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니까. 나는 그저 행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내가 꿈꾸는 삶을 자신 있게 그려가기를 원했다. 그리고 아이들도 그렇게 자신만의 삶을 그려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 아카펠라그룹 별의별 - 행복한 학교 : https://youtu.be/cQh6cqhn04s
실천하는 교사를 꿈꾸며
예비교사인 박정은 선생님의 발표에 입이 딱 벌어졌다.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 아주 많은 활동들을 하며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일찍부터 열정적으로 고민하며 준비하는 선생님들이 많으니 현장에도 '실천하는 교사'들이 늘어날 것이 기대가 되었다.
뭣이 중헌디? 뭐였지
이동민 선생님의 발표는 신규교사라는 비슷한 입장이라서 그런가 가장 공감되는 발표였다. 지난 연수 때 뵀던 분이라 인사는 나눴는데 강의 너무 공감되더라고 칭찬 한 마디 드리지는 못했네. 학교현장에서 내가 느낀 바는 교사들이 놓치기 쉬운 가치들은 그들이 진짜 그것이 중요한지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 역량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뭣이 중허드라? 뭐였지' 잊어버리거나 포기하기가 쉬웠다.
선생님의 사연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니 재미도 있었고 신임기 교사들의 삶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아 속이 시원했다. '하면 된다'고 요구 받지만 우리도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과속을 하면 중요한 가치를 놓치기 쉽고, 과적을 하면 위험을 수반해야 한다는 비유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정말, 과속도 과적도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중요한 가치도 놓치지 않고 위험도 수반하지 않고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교사의 권위?
바보 선생님, 멍청이 부장님으로 불린다는 천경호 선생님은 교사의 권위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에서 온다'고 하셨다. 교육의 목적은 행복이라는 데서부터 행복의 요인도 살펴보았는데 '관계'와 '보은'에 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스승의 날에는 학교의 보이지 않은 감사한 분들께 감사편지를 쓰는 등 아이들이 '보은'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한다고. 우리 삶에서 모든 직업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서로에게 감사를 느끼는 관계를 넓혀갈 수 있는 활동은 정말 의미가 크다.
긍정심리학을 공부하고 계시는 선생님은 학교현장에서 '나를 괴롭히는 친구가 있나요?'와 같이 친구를 가해자나 피해자로 만드는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없어져야 한다고 하셨다. 대신에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친구가 있나요?'라고 묻는 질문지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계신다고! 저절로 '와!'하는 탄성이 나왔다. 꼭, 꼭 그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긍정심리학은 내 삶의 태도도 바꿔놓았기에, 교육에서 적용시킬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는 선생님을 응원해드리고 싶었다.
20년 후에?
박순걸 교감선생님은 선생님들과 같이 업무를 수행하는 분이었다. 교감이 '관리자'가 아닌 '실무자'로서, 업무전담팀의 팀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20년 전에는 교사가 교실에서 담배를 당연하게 피웠다'는 말에 우리가 놀라듯, 20년 후에는 '20년 전에는 교사들이 업무가 있었다'라는 말을 하며 놀랄 것이라고. 선생님의 말씀처럼 정말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1/n이 아니라 0으로 줄어서 교사가 수업에 집중하고 아이들에게 더욱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해지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끝으로 누군가의 질문에 학교 현장에서 "채울 것은 '관계'이고 비울 것은 '욕심'"이라는 답변을 주셨다.
가능성에 대한 믿음
가능성을 믿는 것은 '바보'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마지막 발표 순서였던 황호영 선생님은 '바보여야 세상을 바꾼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막상 현장에서 삶을 나누는 과정에서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공감이 되었다. 그러나 단지 가능성을 믿는 것이 다가 아니라 가능성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교육혁신이 학교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제도라는 두 바퀴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천"이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그 점에서 실천하는 교사를 꿈꾸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이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많은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벅찬 시간이었다. 다시 '너 이거 왜 하니?'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서, 이 후기를 쓰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함께 하는 선생님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함께 꾸는 꿈은 더 빨리 현실이 될 테니까. 아, 그리고 정확하게 기억나는 건 아닌데 '비정상'이라는 표현이었던가? 차승민 선생님이 발표 중간 사회를 보시며 하셨던 말씀인데, 모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그날을 나도 원한다. 그 몸을 이끌고 그 자리에 간 나도 제 정신이 아니긴 하다.;
이렇게 소중한 나눔의 시간을 위해 준비하느라 고생하셨을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
변화는 '나'로부터, '교사'로부터, '학교'로부터.
*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육이야기 3>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