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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Aug 18. 2017

성미산마을탐방

성미산학교를 살짝 들여다 봤다

성미산마을극장이 있는 건물


두 달 전마포구 성미산마을 탐방을 다녀왔다. 이 마을에 대해서는 오래 전에 방송을 통해 처음 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인가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와 마을공동체 이야기. 교육에 관심이 많은 터라 막연히 궁금했었는데, 서울에 올라온 김에 마을 탐방을 신청해보고 싶었다. 탐방 일정에 성미산학교가 있는 것이 단연 눈에 들어왔다. 마침 단체 탐방이 예정되어 있다기에 꼽사리.. (4인 이하 개인은 단체 탐방 일정이 있을 때 신청 가능하다.) 



성미산마을극장에 모여서 전체적인 설명을 먼저 듣고 실제로 탐방을 다녔다. 단체 방문객은 홍콩교육대학교 학생들이어서 현장에는 한국어, 관동어, 영어가 함께 뒤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통역을 통해 있는 그대로 의미를 전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처럼 보였다.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지연되자 탐방은 짧게 축소되어 이루어졌다. 변경된 탐방 경로는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서점(개똥이네 책놀이터)-성미산학교.


있는 듯 없는 듯 슬그머니 다녀오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다 그런가. 홍콩교육대 학생이 "안녕하세요" 하면서 먼저 인사를 건네는 데까지는 괜찮았는데 만나자마자 대뜸 같이 사진을 찍게 될 줄도 몰랐고, 대화를 꽤 주고받게 되리라고도.. 극장에 먼저 도착해 있었던 탓에 진행팀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바람에 사진 찍을 때 엄청 어색했는데, 천연스럽게 받아줄 걸 아쉬움이 밀려온다.



'성미산마을공동체'는 경계가 없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마을이 아니다. 마을 주민이 사는 곳은 성미산을 끼고 있는 네 개의 동에 걸쳐 있지만 그곳에 산다고 모두 주민인 것은 아니고,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마을 주민이다. 마을이 생긴 건 "교육" 때문이었다고 한다. 공동육아를 위해 모인 부모들이 마을공동체를 꾸린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이 함께 아이를 기르는 교육을 함께 그려왔다. 또한 생태마을, 자원전환마을이라는 특징도 있다.


20여 년 간 마을은 성장했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성미산'을 지켜냈고,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성미산 숲에 놀러 가기도 간다. 다양한 협동조합, 마을기업들이 생겼고 마을회관도 준비중에 있다고 했다. 사람도 20년이면 성인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성미산마을에서 자랐던 아이가 이제는 청년이 되어 마을 기업을 이어받아 마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니 괜히 뭉클했다.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소행주'는 마음 맞는 가족들이 모여 함께 땅을 사고 각자의 집을 설계해서 지은 집이다. 하나의 건물이지만 내부 구조가 집집마다 다르고, 공동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집을 짓는 과정에도, 살면서도 '소통'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소행주마다 건물 디자인도 달랐다. 한 곳에만 내부까지 들어가 공동 공간을 살펴 봤는데 입구에는 함께 사는 사람들 이름을 새겨 걸어두었고,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다보니 자전거주차장에 자전거가 한 가득이었다.


개똥이네 책놀이터 안 작은 카페이자 갤러리

서점 '개똥이네 책놀이터' 안쪽에는 작은 카페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가 꾸려져 있었다. 서점이 생기고 나서 마을에 인문학 모임도 만들어지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신청 당시에 과도한 사진 촬영은 삼가 달라는 문구를 본 것 같아서 사진을 많이 찍지 않고 설명을 듣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니까 사진을 너무 안 찍은 것 같기도 하다. 최대한 사람이 안 나오게 재빠르게 찍었어야 했는데.



성미산학교는 초등 1년부터 고3까지 포함하는 12년제 대안학교이다. 비인가라서 학력 인정은 되지 않지만 그만큼 교육과정 운영이 탄력적이다. 이곳에 다니는 14~15세 학생들은 200일 동안 농사를 지으러 다녀오는 것이 교육과정의 일부라고 한다. 초등도서관 안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놀이 공간이 있었다. 동그란 구멍이 뚫린 나무 상자 안에 조명까지 있다. 안에서 놀거나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겠다. 이것처럼 학교 안 곳곳에는 프로젝트 수업의 결과물이 가득하다.



여전히 언젠가 대안학교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대학 때부터 '대안학교'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슴이 뛰는 나를 발견했었다. 교육에 있어서 내가 가진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자주 나를 힘들게 하곤 했었는데, 그런 이상이 실현될 수 있게끔 대안교육을 고민하고 연구해가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나를 설레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연구 결과와 노력의 결실이 대안학교 내에서만 빛을 발해서는 안 되고 결국은 공교육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교육이 바뀌어 가는 데 있어서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마을 탐방이었기 때문에 수업을 참관할 수는 없었지만, 학교를 살짝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12학년까지 있는 이 학교에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매점도 있었는데, 선생님들도 돈을 내고 이용하신다고 한다. 마침 1,2학년이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다른 교실로 이동한 상태여서 교실에 들어가볼 수 있었다. 프로젝트 수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성미산학교 시간표를 보니 금요일은 종일 '숲나들이'라고 되어 있다. 매주 숲으로 나들이를 가는 게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다니 정말 좋겠다!



아, 그리고 복도에는 공중전화가 비치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약속이 되어 있는 듯했다. 수업 마치면 집에 전화하기 위해서 전화기 앞에 아이들이 줄을 서는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잠깐이지만 이곳 부모님들은 나름의 교육관을 가지고 특별하게 아이들을 기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뜻을 같이 하는 부모들이 모이고, 또 흩어지고 하겠지?



2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났다. 홍콩 학생들을 배웅하면서 탐방이 끝났지만 그냥 돌아서기 아쉬운 마음에 기념으로 (지금은 문을 닫은) 마을 카페 작은나무에서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마무리했다. 친절하게 안내해주시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 길눈이 팀장님께 감사한 마음. 


성미산마을은 '완성본'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모양의 사람들이 부딪혀서 깎고 깎이기도 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더불어 사는 삶, 마을공동체 안에서 삶과 분리되지 않은 교육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가기 전에 책 <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랑 영화 <춤추는 숲>, YTN 다큐 <마을이야기>(3부작)를 보고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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