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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Mar 03. 2016

실수도 실력

핑계는 그만, 인성이 능력인 시대다

이미지 출처- <월간 마음수련> ??호
카툰 코너. 글&그림-황중환


지금은 '빼기의 시대'라고 불린다. 머릿속에 지식 더하기만 계속 하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짧다. 게다가 인터넷에는 이미 필요할 때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광활한 정보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우리는 이제 굳이 힘들여 머릿속에서 찾지 않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쉽게 얻는다.


과학의 발달이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고는 하지만, 몰라서 하는 소리다. 머릿속에 더 집어넣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자기 머릿속에 있는 것을 옳다고 믿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한다. 인간은 원래 멍청했다. 기록된 정보가 인간의 기억보다 더 정확하다.


생존을 위해 보다 정확하게 기억하려고 애썼던, 그동안 고생한 당신의 뇌도 이제는 휴식이 필요하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더 이상 채움이 아닌 비움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시험을 치고 나서 받아들게 되는 자신의 점수를 보고 만족하는 사람은 잘 없다. 특히 아직 실패 경험이 많지 않은 초등학생들은 실력에 관계 없이 100점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풀이를 해보면 다 알고 있던 거라며 아쉬워 한다. 당연하다. 우리는 절대 가르치지 않은 것을 문제로 내지 않는다.


"아~ 실수해서 망했다!"


내가 학창시절에 많이 했던 핑계다. 내 점수를 내 점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깝게 실수를 했다고... 그때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실수도 실력이다."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니까 나도 수긍은 했지만, 이해는 안 됐다. 이것도 교사가 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오늘 학교에서 프리테니스 대회가 있었다. 아가들 솜씨가 굉장해서 손에 땀을 쥐고 봤다. 나름 재밌었다. 아이들이 마인드 컨트롤이 안 돼서 흐트러지는 모습에서 실수도 실력이라는 말이 딱 와닿았다. 나는 항상 긴장을 많이 해서 실전에 약했는데 그것 또한 내 역량이었다. 그래서 역시 아이가 감정을 잘 다루는 방법도 중요하게 지도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08.19일자 일기에서 발췌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정말 마음의 힘이 능력인 시대라고 느꼈다. 마음이, 인성이 능력인 시대다. 때맞춰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아직 본질은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인문학을 읽는다고 인문학이 노래하는 인성이 함양될까?


친구가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나서 나한테 고전을 무조건 읽으라고 조언해주길래 언젠간 읽어야지 하다가 최근에야 <논어>를 조금 읽었는데 깜짝 놀랐다. 이미 그 옛날에 공자는 모든 사람들이 형제처럼 지내는 세상을 꿈꿨던 것이다.


원래 하라, 하라 하면 하기 싫은 것이 사람 심리라 책을 읽어라, 읽어라 해도 잘 안 읽게 됐었는데. 고전을 좋다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성경, 불경을 포함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문 고전들은 모두 참된 삶에 관하여 노래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함양해야 할 인성이기에, 인성교육에서 인문학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대로 된 인성교육 방법이 없다보니 어처구니 없는 인성교육 프로그램들마저 생겨나고 있다. '웃는 얼굴 만들어주는 학원'도 있다던데?


인성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유용한 지식이라도 머릿속에 더하기만 해서는 인성이 함양되지 않는다. 이미 인문학이 이야기해 놓은 대로 내가 먼저 그런 삶을 살면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우리를 보고 알아서 배운다.


십 년 동안 2000원이라는 가격을 유지하며 독자들에게 따뜻한 이야기들을 나눠 준, 2014년 9월호를 마지막으로 이제는 발행되지 않는 참출판사의 <월간 마음수련>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는) 고퀄 잡지에는 마음수련 명상 후기를 담는 '지금은 빼기의 시대'라는 코너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의 시대다.


마음의 힘이 있으면 무엇을 해도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머릿속이 맑고 집중력이 좋아지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거나 공부를 하는 것도 더 잘할 수밖에.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면, 당신은 더하기와 빼기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가?


실수도 실력이다. 핑계는 이제 그만.


이미 과부화가 걸린 머릿속에 자꾸만 더 많이 집어넣으려 힘쓰지 말고, 지금 아는 것이라도 실천하자. 더 많이 가지려 욕심 내는 그 마음마저 다 비우면, 그저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아등바등 욕심 냈던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세상은 많이 안다고 뻐기는 사람보다 하나라도 실천하는 사람에 의해 나아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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