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게 마련이다
꾸미고 덧칠을 한 것들은 모두
언젠가는 닳아서
지워지거나 부서진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다면
그건 본래 바닥일 터
우리는 본바닥에 삶을 쓴다
도화지 위에 무엇을 그리든
바탕색은 변하지 않아서
지워 보면 본바닥이 드러난다
투명한 유리창에 아무리 때가 타도
창문은 여전히 창문이라서
닦아 보면 안팎이 훤히 보인다
가면 위에 가면을 덧쓰고
무엇인 본래 나인지도 잊은 채로
헛된 영원함을 갈구하지만
잘 쓰든지 못 쓰든지
쓴 것은 지워지게 마련이다
지워진 자리에 본래가 남는다